솔직한 소설집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갖고 있는 로망은 바로 단편 소설을 쓰는 것이다. 중학교 때 유치한 웹소설을 읽고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몰입시킬 수 있는 단편 소설의 매력에 빠져버렸던 것 같다. 이후로 다양한 주제로 단편 소설을 써보려고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기는 어려웠고, 그래서 결국은 에세이를 주로 썼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무언가를 주제로 쓰는 것보단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에 대해 쓰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에 에세이에 익숙해져 갔다.
에세이보다 현실적인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은 회사 선배님이 선물해주신 소설책이었다. 그냥 장편 소설책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이 책은 장류진 작가가 쓴 단편 소설들을 모아 놓은 소설집이었다. 2018년 창비 신인 소설상 등단작이기도 한 <일의 기쁨과 슬픔>은 다른 소설집들과는 차별화되는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소설이긴 하지만 그 주제가 현대인의 삶과 너무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 흡입력은 에세이 그 이상이다. 일반적인 한국 문학과도 다르다. 어려운 미사여구나 문학적 장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냥 담백하다. 어쩌면 내가 항상 쓰고 싶었던 단편소설은 바로 이런 식의 소설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말 일상 속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주제로 잡고 쓰는 소설.
장류진 작가가 바라보는 현대 사회는 꽤 차갑다. 축의금으로 12,000원을 받았다면 나도 무조건 12,000원을 준다. 신입사원 면접에서 직무 경험이 없다고 떨어진다. 오랫동안 품어온 여사친/남사친에 대한 짝사랑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이라 차갑고 서러운 현실을 장류진 작가는 특유의 유쾌하고 솔직한 문체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때 주목해야 할 점은 에세이가 아니라 단편소설이기 때문에 더 공감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를 내세워서 1인칭 화법을 통해 글이 전개된 것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 즉 3인칭 화법으로 글이 전개되었기 때문에 나를 그 인물에 더 쉽게 대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아님 말고).
솔직한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솔직한 소설집이다. 소설이 솔직하다는 것은 모순적이나 장류진 작가는 이를 해낸다. 예전에 갖고 있었던 단편 소설에 대한 열망이 다시금 타오르게 하는 좋은 동기부여 유발제가 된 것 같다. 물론 또 막상 쓰려면 첫 문장부터 막히겠지만 욕심 정도는 가져볼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