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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Mar 07. 2017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가 말하는 종교의 유용함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둘로 나뉜다. 없다와 있다. 이 두 견해들은 수 세기 동안 대립해왔다. 둘 중 누가 옳은 것일까. 정말 신은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을까. 사실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서로 믿고 싶은 대로 믿을 뿐. 무신론자들은 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종교를 갖는 것조차 몰상식하고 의미가 없는 행위라고 비난한다. 그들은 신이 없음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는데 쾌감을 느끼며, 그저 인간의 발명품에 불과한 종교에 종속되어 있는 종교인에 대해 일종의 동정심마저 느끼기도 한다. 


종교는 유용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종교가 인간의 발명품이라면, 쓸모 있는 구석이 존재하지 않을까? 발명된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니까 수세기 동안 유지되어 온 게 분명하다. 알랭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는 종교의 유용함을 다양한 측면을 통해 분석한 '무신론자'들을 위한 책이다. 


공동체 의식 함양

알랭 드 보통은 종교가 수세기 동안 필요했던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공동체 의식의 함양이다. 과거에 비해 현대에는 낯선 사람과 경계 없이 친해질 수 있는 곳이 딱히 없다. 파티를 가도, 모임을 가도 항상 묻는다. '무슨 일 하세요?' 이는 상대방과 나 사이에 일차적인 경계를 형성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이렇게 공동체 의식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낯선 사람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교회, 성당 그리고 절. 인간은 종교 앞에서 모두 평등해진다. 교회에 모이는 사람들만 봐도 매우 가난한 사람부터 재벌까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참석해서 서로에 대한 거부감 없이 함께 기도한다. 공동체 의식의 함양을 위해 세속적 특성에 대한 집착을 버렸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준다

두 번째는 종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강경한 무신론자들은 종교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네가 뭔데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야?' 그렇지만 정작 자식에겐 끊임없이 간섭하는 게 우리다. 종교 입장에서 인간은 모두 어린 아기와 같이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간섭'해야 하는 것이다. 종교는 미술, 건축, 설교 등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들. 정직, 사랑, 예의 등에 대해 계속 상기시켜준다. 이런 가치들은 대학에선 배우지 못하지만,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엔 필수적인 가치들이다. 


결국 이런 종교의 유용한 점들을 봤을 땐, 종교는 그저 신을 믿고 숭배하는 광적인 분위기가 아닌, 일종의 '제도'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이 혼자서 활동하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알려주고, 같이, '공동'으로 할 때 비로소 할 수 있음을 인식시켜주는 종교는 신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종교의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는 무신론자들에게 경고한다. 신을 믿지 않는 것은 자유지만, 종교의 유용함까지 부정하는 편협한 사고에 갇히지 말라고. 종교가 이 사회에서 수행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인정하고, 종교의 존재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지 말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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