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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by 타자 치는 snoopy


이 넷플릭스 다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단순함과 쉬운 것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정반대거든요. ‎단순한 삶을 살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요"였다. 나는 늘 단순하게 사는 것은 쉽고, 복잡하게 사는 게(사는 게 장난이야? 인생이 얼마나 복잡하다고!) 어렵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단순하게 살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이 다큐를 보고 그것 하나는 확실히 깨우쳤다. 미니멀리즘 운동을 하는 리안 니코데무스와 조슈아 필즈 밀번은 말한다. (무식하게 요약하면) "단순하게 사는 것은 간단해요. 꼭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모두 버리는 거죠. 그러면 물건이나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로워지면서 내가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어요."라고.


인간은 종종 자신의 욕망을 물건에 투사한다. '저 물건을 사면(갖게 되면) 행복해질 수 있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물건을 쉽고 빠르게 소유할수록 검은 공허감도 함께 자란다. 물건을 사면 살수록 우리는 거대한 '가오나시(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익명의 캐릭터)'가 되어 간다. 영화를 보면서 단순하게 사는 것은 다이어트와 같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머리로 아는 건 쉽다.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방법(어떤 다이어트를 할까?)이 아니다. 방법을 잘 몰라서 혹은 방법이 잘못되어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목적의식이 뚜렷하지 않으면 다이어트에 (일시적으로) 성공한 후 공허 속에 다시 요요 현상을 겪게 된다. 미니멀리즘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버리는 건 (의외로) 쉽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버리기만 하다가는 빈 옷장과 영혼은 금세 다른 물건들과 번뇌로 가득 찰 것이다. 물질의 소유가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 행복하기 위해서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아야 한다. 미니멀리즘은 근본적 질문을 만나는 과정이다.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때 행복을 느끼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공허의 굴레는 무한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길을 잃는 우리에게 리안과 조슈아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하루에 하나씩 물건을 버리는 방법, 아니면 '포장 파티(이사할 때처럼 모든 짐을 박스에 싼 후 꼭 필요한 물건만 꺼내 쓰고, 결국 쓰지 않는 물걸들을 모두 버리는 방법)'를 권한다. 그렇게 하면 해방감을 느끼며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필요'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 개념일까? 그건 결국 스스로 부딪치며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을 골라내는 심미안부터 키워야 하는데, 그것 역시 오랜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 경우엔 책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종이책은 (양식을 살찌우는 영혼의 도구라는 환상 때문에) 물건이 아닌 것 같지만 부피와 무게를 가진 물질이다. '저 책을 사서 읽으면 행복해질 것 같아'라는 것이 나의 가장 큰 환상이다. 40여 년을 겪어봤지만, 원하던 책을 사서 읽는다고 꼭 행복해지는 건 아니더라. 꾸역꾸역 사놓고 읽지 않는 책을 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폭탄 세일'도 나를 괴롭히는 유혹이다. '50% 세일, 80% 세일, 마지막 찬스!'란 문구를 보면 나는 (대개) 무너진다. 꼭 필요하지 않아도 그 물건을 사게 된다. '사서 쟁여 두면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라는 기대는 부응한 적도 있지만(극소수), 대개 헛물켠 헛다리 짚기였다.


새해 들어 바지 한 벌과 운동화 한 켤레를 버렸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한 후, 한 번도 꺼내 입거나 신지 않은 것들이다. 내 방과 옷장엔 아직도 그런 물건들(책도 마찬가지)이 많다.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판 데어 로에(1886-1969) 덕분에 유명해진 `적을수록 좋다(Less is more)`는 격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이 다큐멘터리는 새해가 될 때마다(나처럼 결심이 복날 아이스크림처럼 잘 녹아내리는 인간은 1년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다시 꺼내봐야 할 아이템이라는 차원에서,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호더(라는 걸 부정하지만 사실은 호더인) 여러분들의 결심과 실천과 건투를 빈다. 올해는 꼭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 구축에 성공하는 한 해가 되길. 아님 말고! ㅎㅎ



#미니멀리즘 #넷플릭스 #호더인듯호더아닌호더같은너 #내삶을얼마나비울수있을까 #비운자리에무엇을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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