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깨달음은 늘 늦게 찾아온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 손에 쥐고 있는 것의 의미를 쥐고 있는 그 순간 안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 너무 아깝다'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겠지. 영화 <소울>에 부제를 붙인다면 'the meanning of life'쯤 되겠지. 진짜 자신을 끌어내는 대신 헛된 욕망의 신기루를 좇으며 평생을 낭비한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는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은 22번 영혼(티나 페이)에게 오히려 삶의 의미를 배운다.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테두리 안에 있지. 눈먼 우리가 보지 못할 뿐.
삶의 목적(사명)이나 불꽃(열정)이 꼭 특별해야 하는 건 아니야. 하늘 보기, 걷기, 맑은 가을날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는 것처럼 평범한 것들을 즐겁게 누리는 일이 우리 삶의 목적이나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픽사 애니 <소울>은 사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수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아픈 딸 때문에 이발사가 된 친구 데즈는 처음 계획과 다르게 전개되는 인생이 되려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늘 그 안에 있지만, '진짜 인생'이나 '거대한 꿈'의 허상을 좇느라 정작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종종 잊는다. 22번과 함께 '태어나기 전 세상'과 '지구'를 오가는 조 가드너의 파란만장한 모험은 결국 '진짜 자신'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었다. 재즈 뮤지션 도로시아 윌리엄스가 그 깨우침을 전해주는 순간에도 조 가드너는 자기가 헤엄치고 있는 곳이 '바다'라는 걸 까맣게 모른다. 인생은 그래서 재밌다.
전에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죠.
젊은 물고기가 늙은 물고기한테 가서 말하길
"저는 바다라는 곳에 꼭 가고 싶어요"
"바다?" 늙은 물고기가 되물어요.
"네가 있는 곳이 바다란다"
"여기가요?" 젊은 물고기가 말하길
"여기는 그냥 물이잖아요. 전 바다를 원해요"
I heard this story about a fish.
He swims up to this older fish and says,
"I'm trying to find this thing they call the ocean."
"The ocean?" says the older fish.
"That's what you're in right now."
"This?" says the young fish.
"This is water. What I want is the ocean."
-
<소울>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주연 '조 가드너'나 '22'가 아니라 '태어나기 전 세상'과 지구 사이를 화요일마다 여행하는 괴짜 영매 '문윈드'다. 이 아저씨 완전 귀엽고 재밌다! ㅎㅎ 그리고 픽사 애니답지 않게 <소울>은 아이들이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기엔 너무 철학적이고 어렵다. 하긴, <토이 스토리 3>를 극장에서 볼 때 운 건 아이들이 아니라 나였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