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 (My Octopus Teacher)>
타자 치는 스누피가 선별한 네 편의 'PAPER스러운' 영화 (2)
문어와 함께 춤을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 (My Octopus Teacher)>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본 이들의 소감은 한결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차마 문어를 못 먹겠어..." 문어의 지능은 개나 고양이와 비슷하다. 먹거리로만 생각했던 문어가 새끼를 위해 제 목숨을 희생하는 연체동물이며 호기심 많고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하는 지적 생명체라는 것을 체험하는 85분은 놀라움과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영화를 함께 본 친구가 이런 얘기를 했다. 어머니가 횟감으로 사 온 문어를 냉동 칸에 넣어 두었는데 몇 시간 후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고. 나갈 틈을 찾아 필사적으로 냉동칸을 뒤지던 문어가 몸을 활짝 펼친 채 죽어 있었단다. 영화를 보니 그때의 충격이 생각났다고. 다큐멘터리 감독 크레이그 포스터가 아프리카 남쪽 해변에서 1년 남짓 암컷 문어 한 마리와 나눈 교감을 기록한 이 영화는 다양한 감정의 파편들을 불러낸다. 생명과 환경은 PAPER의 오랜 관심사이자 미래 지향적 가치들이다. 문어가 음식이 아니라 감정과 지능을 가진 독립된 생명체라는 사실을 올곧게 마주할 때 비로소 생명에 대한 존중과 교감의 가능성이 열린다. 영화 말미, 포스터 씨가 문어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PAPER 2019년 가을호 '지구 씨, 안녕하신가요?'를 떠올렸다. 모든 생명은 가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다시는 문어를 먹지 못할 것 같아 조금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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