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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조금씩 오해하고 이해하면서

손편지 모임 7차

by 타자 치는 snoopy

모임이 조심스러운 시절의 모임은 모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귀하고 감사한 축복이 되었다. 반가운 얼굴들을 오랜만에 보고 유진상가까지 가서 사 왔다는 딸기와 재래시장 김치만두를 먹었다. 손편지를 쓰는 순간의 정적과 몰입이 불붙은 수다만큼 폭풍처럼 휘몰아쳤던 모임의 밤. 마란츠 리시버와 보스 스피커가 뱉어내는 음악을 들으며 영화 <아리조나 드림>과 <그녀에게>가 소환되었다. 멸치 육수에 떡국 떡을 넣어 만든 떡볶이는 별미였다. 어린 시절 자매의 엄마가 그렇게 떡볶이를 만들어 주었다고 했다. 사람은 종종 기억 속에서 현재를 산다.


얼떨결에 'MBTI 테스트'라는 것을 하게 됐는데, 함께 모인 사람 넷이 테스터 중 1%밖에 안 된다는 INFJ(선의의 옹호자형)이어서 일동 소름. MBTI 테스트가 처음인지라 놀람의 의미를 제대로 인지 못한 나는 '선의의 옹호자'형에 속한다는 유명인 이름을 보고 헛웃음을 웃었다.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테레사 수녀... 라니.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무서운 일인지, 타자를 섣불리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조심해야 할 일인지, 인간은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세계만큼 얼마나 불가지 한 존재인지 새삼 느꼈다. MBTI 유형이 다른 한 사람 주변에 1%도 안 된다는 유형의 인간들이 득시글 몰려있는 우연에 모두 한참을 웃었다. 캐릭터 '드루피'(바셋하운드종 )와 인중이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고 몹시 예쁜 명함이 생겼다. 내 인생 네 번째 명함일 것이다. 어제 들은 '오해도 이해의 한 방식이다'라는 말을 오래 기억하기로 했다. 천천히 오래 알아 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행복했던 순간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실감할 수 있다. 인간은 그렇게 프로그래밍 된 존재다. 우리는 행복한 시간을 보낸 걸까? 앞으로 천천히 알아보면 되겠지. 서로 조금씩 오해하고 이해하면서.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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