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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by 타자 치는 snoopy

시대와 불화하는 인물의 삶에는 필연적으로 드라마가 싹튼다. 책 뒷등에 매달리듯 수록된 몇 쪽 연보의 기계적인 흔적을 보고 그 사람의 지난했을 전 생애를 가늠해보는 일은 얼마나 어렵고 어리석은 일인가. 누군가는 그 불화로 얻은 잉여의 시간 동안 시대에 대한 적의와 한을 갈아 넣은 푸념을 토해내는 대신 세상을 새롭게 바꾸어 보려는 등불 같은 저술에 몸과 마음과 시간을 갈아 넣는다. 책 속에 파묻힌 청맹과니의 학문이 아니라 유배지의 바다를 샅샅이 탐구하고 그곳에 서식하는 생물들을 체계를 갖추어 기술함으로써 살아있는 지식의 성채를 차곡차곡 쌓는 일. 겨우 책 한 권을 읽고 치열했을 역사의 틈새에 어찌 감히 녹아들 수 있을까? 결국 <자산어보> 읽기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외줄 타기 하며 이태원의 현대판 박물지 <현산어보를 찾아서>나 김훈의 소설 <흑산>으로 확장된다. 그것이 읽기의 숙명이다.



<자산어보> 서문 중 8줄 문장 속에 언급된 섬사람 '장창대'의 옅은 흔적은 상상력의 필터를 거치며 소설 <흑산> 안에서 활어처럼 펄떡인다. 실존 인물의 영화화에 독자적 세계관을 구축해 온 이준익 감독이 신작 영화 <자산어보>에서 조선 최초의 해양 박물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정약전, 장창대 두 인물이 계급, 이상, 세대, 현실의 차이를 극복하고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다루었다는 소식은 그래서 반갑고 설렌다. 역사의 거시적 드라마보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흔들리는 개인들의 미시적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었던 이준익 감독이 흑백의 미려한 화면 안에 사실과 허구라는 씨줄과 날줄을 어떻게 엮었을지 몹시 궁금하다. 3분 56초 화면과 소리만으로 가슴을 저미는 <자산어보> '조선 발라드 최백호 콜라보 뮤비'를 보며 흑산의 앞바다로 달려가고픈 허기를 달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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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v.naver.com/v/18658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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