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결혼을 하면서 천연 라텍스(고무) 매트리스를 샀다. 사십 평생 방바닥에서 뒹굴며 자던 나는 형상기억합금 같은 라텍스 쿠션의 복원력이 그저 신기했다. 천연고무 위에서 8년을 굴렀다. 그랬더니 내가 누워 자는 자리에 얕은 구덩이가 생겼다. 옴폭 파여서 다시 봉긋해지지 않는다. 재생 능력 유통기한이 다 돼 폐기 처분 날짜만 기다리는 늙은 생물의 세포 같다. 매트리스를 뒤집어 보았다. 마찬가지였다. 물질은 그 고유의 형질을 잃고 조금씩 죽어가기 마련이다. 이러다 언젠가 시체가 되겠지? 백여 근 되는 고깃덩이(내 몸)가 매일 8시간씩 놓였던 자리에 흔적이 생겼다. 한 번 변한 형질은 복원되지 않는다. 성장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이면서 편도 티켓과 같다. 앞으로 내디딘 시간의 발길은 다시 돌이킬 수 없고, 돌아갈 길도 없다. 지은 죄가 많아서 육신의 무게 또한 만만치 않다. 결혼생활 8년, 그 소소한 삶의 무게로 빗방울 떨어지듯 한 방울씩, 고양이가 꾹꾹이를 하는 것처럼 밤마다 내 몸이, 삶이라는 이름의 불확실한 형체가, 천연고무 매트리스를 눌렀으리라.
옷을 빨지 않고 계속 입으면 그 옷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마음의 무게, 거기에 공기와 물기와 먼지의 입자가 주먹밥처럼 뭉쳐 들러붙는다. 우주의 입자 덩어리들을 아교처럼 결속시켜주는 것이 시간이다. 아교풀 같은 시간. 가벼웠던 옷은 어느새 철갑이 되고, 한 번 꺼져서 다시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마누라 혼수품 라텍스 매트리스의 움푹 눌린 자국처럼,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마디가 뻣뻣하다. 눈이라도 한바탕 쏟아지려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작은 세계에서 시간은 가장 무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질량과 부피 없이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희번덕 흰빛이 스쳤다. 소리 없이 눈이 내린다. 무게를 잴 수 없는 그 무엇이 내 어깨에 사뿐 내려앉았다.
by 타자 치는 스누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