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빠진 장 그르니에

by 타자 치는 snoopy

지난 세기 80년대, '청하'는 특별한 의미의 이름이었다. 술 말고 출판사 얘기다. 그 시절의 세련된 책 표지, 속지의 너른 여백, 깨알처럼 작은 폰트를 보고 있으면 지금도 아득한 향수와 아우라가 느껴진다. '홀로서기'와 '즐거운 사라'라는 키워드로 유명하지만, 나는 '도서출판 청하' 하면 <장 그르니에 전집>이 떠오른다. 니체 전집, 카뮈 전집과 함께.


얼마 전 손편지 모임을 할 때 문들 님이 장 그르니에 얘길 꺼냈다. 손편지와 그르니에의 서간문은 몹시 어울리는 주제다. 불현듯 청하 출판사의 <장 그르니에 전집> 생각이 났다. <섬>과 <편지 Ⅱ>가 무작정 좋아서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때가 있었다. 손때를 묻히며 다시 읽고 싶었다. 모임이 파하고 집에 돌아와 방구석을 뒤졌다. 짐더미에 묻힌 내 방은 책을 찾는 게 아니라 파내야(digging) 하는 수준이어서 애로(에로 아닙니다)가 많았다.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던 장 그르니에의 책 10권을 찾았... 파냈다.




이가 빠진 전집을 보고 있자니 조금 슬프다. 정작, 제일 아끼던 <편지 Ⅱ>가 보이지 않는다. 본가 어딘가에 처박혀 있거나, 책 욕심 많은 친구 놈 누군가가 빌려 가 떼어먹은 게 틀림없다. 용의자들을 추려보지만... 이제 와 무슨 소용이람? 이 책들은 위인전 세트 사듯 전집으로 들인 게 아니라, 시리즈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정말, 손꼽아 기다렸다) 여기저기 서점에서 그때마다의 사연(누군가와 함께 서점에 갔다거나, 선물을 받았다거나, 선물로 주려고 샀다거나, 알바비로 책을 샀다거나, 책을 잃어버려 헌책방에서 다시 샀다거나 하는)과 함께 낱권으로 구입한 것들이라 새록새록 애틋했다. 새롭게 출간된 민음사 신판들이 있긴 하지만, 애틋한 청하판은 이제 절판이 되어 내게 없는 그르니에 책들을 다시 구하기도 쉽지 않을 터. 장 그르니에 전집 목록을 검색해 보니 총 스물세 권이 출간됐다. 이렇게 많이 나온 줄 미처 몰랐다. 다시 그르니에를 읽으며 감수성 작렬하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어졌다. 갑자기, 불타오르네!


#장그르니에전집 #청하






내 곁에 남은 장 그르니에

01 어느 개의 죽음에 관하여

02 지중해의 영감

03 까뮈를 추억함

05 모래톱

06 섬

08 자유에 관하여

13 인간에 관하여

14 쟈끄

17 나폴리를 만나다

18 편지 1



장 그르니에2.jpg




참고로, 장 그르니에 전집 목록 (청하)


01 어느 개의 죽음에 대하여

02 지중해의 영감

03 까뮈를 추억함

04 일상적 삶

05 모래톱

06 섬

07 17인의 비구상 화가와의 대화

08 자유에 관하여

09 마지막 페이지

10 몇 사람 작가에 대한 성찰

11 불행한 존재

12 거울. 계단

13 인간에 관하여

14 쟈끄

15 전통 신앙에 관하여

16 그림자와 빛

17 나폴리를 만나다

18 편지Ⅰ- 조르쥬 뻬로스와의 편지

19 편지Ⅱ- 알베르 까뮈와의 편지

20 편지Ⅲ- 쟝 뽈랑과의 편지

21 절대와 선택

22 말이 채 되지 못한 말들

23 그리고 나의 남은 이야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너트 한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