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여름호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 인터뷰

by 타자 치는 snoopy


'염병할' 폭염이 징글징글하던 월요일 오후, 문화비축기지 T6 건물 녹슨 철골 벽 앞에서 털 난 물고기 모어(毛魚)를 만났다. 영화 <모어>의 커다란 극장 스크린이나 드랙 쇼 동영상에서 본 모습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상대를 빤히 혹은 지그시 쳐다보는 그/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연민, 슬픔, 고통, 해맑음, 명징함, 기괴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열정이 소용돌이쳤다. 인터뷰 촬영을 위해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면 한없이 맑고 깊은 눈을 가진 자연인 모지민은 한순간 드랙 퀸 아티스트 모어로 돌변했다. 데이비드 보위의 '지기 스타더스트'의 재림을 보는 것 같았다. 카메라 앞에 선 그녀는 구더기의 옷을 벗고 우화(羽化)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었다. 그녀는 프로였다. 나비의 날갯짓 같은 춤 동작을 할 때, 일순 사위가 고요해졌다. 우아한 움직임은 육신의 껍데기에 줄줄 흘러내리던 땀도, 주변을 멤돌던 소음과 카메라 셔터 소리마저도 아름다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아들였다. 사진 촬영을 진행한 포토그래퍼 이생은 전날 본 영화의 감흥을 이야기하며 모어의 손을 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장소를 옮겨 본격적인 인터뷰에 돌입했다. 모어라는 한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기에 3시간 30분은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이야기가 굽이칠 때마다 때론 웃고 때론 마음 아파했지만, 발레와 드랙 쇼로 갈고 닦은 꼿꼿한 육신의 자세는 어느 한 순간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찰리 채플린의 말마따나, 그녀의 삶도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었다. 그 파노라마 앞에 그녀는 당당했고 솔직했다. 사랑과 섹스에 대한 질문에도 '말해모해'를 연발하며 시원시원한 답을 주었다. 가족에 대한 질문, 지나온 과거의 상처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뼛속까지 그녀를 슬픔에 젖게 했지만 금세 '니씨염뚜(니미 씨발 염병 뚜드럼병)'을 호기롭게 외치며 사람들을 웃겼다.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는 사이, 그녀의 아이 같은 살결과 마음결을 본다. 모어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었다. 모어는 모어 자체로 전무후무,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그저 아름다울뿐이었다.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그 어떤 규정과 속박을 거부하는 아름다움 자체였다. 영화 <핑크 플라밍고>에서 디바인이 똥을 먹었듯, 황병기의 <미궁>을 틀어 놓고 소 간을 먹었던 드랙 퀸도 모어였고, 엄마 아빠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어도 모어였다. 이태원 지하 클럽 진흙탕에서 피어난 무지개빛 연꽃 같은 모어는 오늘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수행을 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누운 밤, 똥꼬에 힘 빡 주고 다리를 쫙 벌려 찢은 드랙 퀸이 조니 미첼, 케이디 디 랭, 그레이스 존스, 시네이드 오코너, 케이트 부시, 존 카메론 미첼과 함께 '미친 년'처럼 춤을 추는 아름답고 슬픈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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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에 걸쳐 진행된 모어의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하고 발칙한 인터뷰 전문은 PAPER 여름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글 전영석

사진 이생 오창동 (앞 사진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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