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 업

우린 정말 만족할 줄 몰랐지

by 타자 치는 snoopy


<빅쇼트> 때부터 몹시 좋아라 했던 아담 맥캐이 감독 신작 영화라 크게 기대하며 봤다. 내내 낄낄거리며 재밌게 봤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현실을 풍자해 비틀고 꼬집고 뒤트는 블랙 유머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나중엔 보다 지치더라. 처음엔 자극적이고 맛있던 음식도 자꾸 먹다 보면 물리는 느낌 같달까.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블랙 코미디에도 품격이 있구나. 그리고 품격이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내가 꼽는 재앙 블록버스터 블랙 코미디 최애 원픽은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혹은: 나는 어찌하여 근심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보이스 포르노'라 불릴 만큼 매력적인 목소리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덕분에 요즘 핫한 그 '닥터 스트레인지' 얘기가 아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는 핵폭탄 버섯구름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베라 린의 엔딩곡 'We'll Meet Again'까지 완벽했던 블랙 코미디의 걸작이니까.


그래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찐따 천문학자 연기는 제법 괜찮았다. 영화의 막바지 '최후의 만찬' 장면은 ‘종말론적 묵시록 블록버스터 블랙 코미디’의 엔딩으론 제격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미국식 가족주의'의 힘은 셌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결국 가족주의로 환원하는 미국의 신화는 참말... 그 가족주의 신화는 <돈 룩 업>이 비틀기 레퍼런스로 삼았던 미국식 영웅주의의 결정판 <아마겟돈>(블랙 코미디가 아니라 그냥 코미디 영화)과도 여지없이 닮았다. 다행히 <돈 룩 업>에는 오래 기억할 만한 '설렘 구간(킬링 파트)' 대사가 하나 있다. 이 대사 한 마디를 건진 것만으로도 <돈 룩 업>은 평가받을 만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우린 정말 부족한 게 없었어, 그렇지? 생각해 보면 그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직전 나지막이 내뱉은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박사의 이 마지막 대사는 외연 대사에서 생략된 '그런데, 우린 정말 만족할 줄 몰랐지.'라는 내연의 (현대문명에 대한) 성찰과 대구를 이루며 긴 여운을 남긴다. 그래, 우린 정말 부족한 게 없어, 그렇지?


#돈룩업 #아담캑캐이 #닥터스트레인지러브 #스탠리큐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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