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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자 치는 snoopy Dec 01. 2022

백수 과로사


백수가 되고 며칠은

시간이 풀어져 느리게 흘렀다.

백수가 되기 전까지

상대적으로 농축돼 밀도 높은 시간을 살았나 보다.

느릿느릿 기어가던 시간이

빠른 걸음이 되더니 이내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할 일은 많고

마음만 앞서는 상황.

밥 차려 먹고 설거지해야지,

청소기와 빨래 돌려야지,

마트에 나가 장 봐야지,

쌀 씻어 밥해야지,

파 씻고 다듬어 냉동실에 넣어야지,

음악은 듣고 싶지,

책도 읽고 싶지,

영화도 보고 싶지,

그간 놓친 뉴스도 챙겨 보고,

랜선 친구들 SNS에 답글도 달아야지,

월드컵 중계도 봐야지...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뻥이 아니더라.

조급해하고 서두르는 내가 보였다.

백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내가

부끄럽고 미웠다.

뭐든, 최선을 다하자.

백수면 백수답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놀아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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