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이웃 달님이가 쒀 준 도토리묵은
커피 빛 젤리처럼 탱글탱글
보기만 해도 '나 맛있어' 하고 있었다.
갖은양념 넣어 만든 간장을 떠서
도토리묵 보드라운 살결에 묻혔다.
도토리묵 한 숟갈을 떠 넣은
마누라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더니, 아이처럼 엉엉 운다.
엄마가 쒀 주던 그 맛이라고.
엄마 생각이 너무 나는 맛이라고
씹지도 못하고 서럽게 운다.
너무 맛있어, 엄마 생각나...
후각과 미각은 힘이 세다.
시간의 굳센 장벽을 깨부수고
잊고 있던 순간들을 눈앞에 데리고 온다.
안톤 이고가 먹던 라따뚜이처럼
죽었던 기억을 심폐소생시키는
맛과 향의 마술이란...
어떤 음식은 그냥 음식이 아니다.
굳은살 박인 시간의 환생술사.
+
살다 살다 도토리묵 먹다 우는 사람은 또 처음 보네 ㅎㅎ
(입에 넣자마자 녹아 없어지는 식물성 아이스크림!)
#도토리묵 #라따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