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는 곳에 어둠이 있고
내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우린 인생의 대부분을 어둠 속에서 방황하며 산다는 걸 쉽게 잊곤 해요. 그러다 갑자기 불이 켜지면 불평할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죠. 내가 오기 전의 일이라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여러분 모두 아주 훌륭한 기사를 써냈어요. 독자들에게 즉각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줄 기사를 말이죠. 이런 기사야말로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일 겁니다. 그렇긴 해도 로 추기경과 가톨릭계의 반발이 엄청날 거예요. 그러니까 잠시 쉬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월요일 아침에 돌아올 때는 집중해서 맡은 책임을 다할 각오로 오세요.
- 보스턴 글로브 편집회의 中 마티 배런 국장의 말
영화 <스포트라이트> (02:00:40 - 02: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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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은 가톨릭 사제들의 교구 내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면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가톨릭계의 추악한 이면은 진실을 추적하는 언론인들에게 언론의 사명에 대한 뼈를 깎는 성찰을 환기시킨다. 편집회의 중 아동 성추행 사제들을 변호해 온 가톨릭계 변호사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온다. 교회 측 변호사들이 사건의 진실을 알면서도 오랜 시간 부도덕한 침묵을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나왔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논지였다. 그때 월터 로빈슨 팀장(마이클 키튼)이 '우리는 떳떳한가?'라고 반문한다.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태만했던 언론 역시 이 사건의 암묵적 공범이라는 언론인의 자기 성찰과 (용기 있는) 고백은 <스포트라이트>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가짜'에서 '예술적 완성도를 성취한 진실'로 도약하는 지점이다.
갑론을박의 와중에 마티 배런 국장(리브 슈라이버)이 스포트라이트 팀원들에게 던진 말의 무게는 화면에서 보이는 것만으로 가늠할 수 없다. 언론의 사명에 대한 로빈슨 팀장의 고해성사와 마티 국장의 우리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의 말에는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에게 칼, 저울, 눈가리개가 필요한 이유, 그리고 살면서 종종 거대한 벽 앞에 서서 방황하는 우리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거짓과 싸우며 진실을 향해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오롯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