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무너진 세계의 구원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무실 근처 서점을 산책한다. 서가에 꽂힌 책등을 쓰다듬을 때 종이의 감촉과 소리가 에로틱하게 느껴진다. 책은 겉과 속을 모두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다.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책-종이-가위>를 보았다. 일본의 책 장정 장인 기구치 노부요시에 대한 다큐였다. 영화를 본 후 기구치 씨가 장정한 책을 갖고 싶어 아마존 재팬을 뒤졌다. 모리스 블랑쇼의 책이 4,950엔.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내내 아쉬워했다. PAPER 좌담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밤, "어떤 서점을 하고 싶냐"던 편집장님 질문에 “환경과 페미니즘 전문 서점을 열고 싶어요.”라고 대답하지 못한 걸 후회했던 것처럼. 영화 <일라이> 속에서 책은 무너진 세계의 구원이다. 책을 펼칠 때마다 내 안에서 종이의 물성이 작가의 영혼과 한 데 버무려지기를 기원한다. 언젠가는 내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By 타자 치는 sno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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