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방 <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과학책방 <갈다>. 갈릴레이와 다윈의 첫 글자를 딴 책방. 삼청동 주택가 골목에 꼭꼭 숨어 있는 과학책 전문 서점. 천문학자 이명현 대표의 부모님과 4남매의 생가였던 곳. 2018년, 동료 과학자들과 의기투합해 펀딩을 받아 가정집을 수리해서 책방으로 새롭게 오픈한 곳. '과학 커뮤니케이터(과학 저술가, 강연자, SF 소설가, 과학 학습 만화가, 과학 유튜버 등)'의 사랑방이자 신인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복합 문화 공간. 과학책방 <갈다>는 '과학을 문화로 만드는 곳'이란 기치를 내걸고 북토크, 과학책 읽기, 강연, 과학 문화 전문 인력 양성, 과학자와 함께 하는 여행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연 과학을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닌, 실생활과 밀접한 시민 일반의 교양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을 햇살 가득한 오후 책방에 마주 앉은 이은희 이사(1세대 과학책 저술가, 필명 하리하라)는 <갈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동네 책방 운영이 어려운 요즘, <갈다> 역시 생존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갈다>의 1차적 목표라면, 과학적 사고와 문화를 대중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전파하는 것이 거시적 목표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복잡한 과학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줄 인재(과학 커뮤니케이터)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에 심혈을 기울이고 그런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과학은 실생활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 등 우리가 현실적으로 맞닥뜨린 문제를 푸는 데 그 어느 때보다 과학적 지식과 사고가 절실하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동네 길고양이들을 위한 밥그릇 두 개가 <갈다>의 현관문 앞에 놓인 것을 보았다. 과학은 인간과 생명을 위한 학문이다. 무릇 거리의 생명 하나도 따뜻하게 보듬으려는 <갈다> 사람들의 모습에서 인간과 생명을 위한 과학의 미래를 살짝 엿본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By 타자 치는 snoopy
서울 과학책방 <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0길 18
https://www.instagram.com/galdarboo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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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APER> 가을호 '책의 집을 소개합니다' 꼭지에 실린 취재 원고입니다. 서점이라곤 있을 것 같지 않은 삼청동 주택가 골목에 꼭꼭 숨어 있는 과학책방 <갈다>는 이상한 나라의 '토끼굴' 같았습니다. <서점, 리스본> 취재 때도 그랬지만 사람들에게 이 서점에 대해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너무 많네요. 제게 허락된 지면에 그 많은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을 수 없어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천문학자 이명현 대표님이 바쁘신 관계로 이은희 이사님께서 (집필 작업 중) 귀한 시간을 내어 취재에 응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하리하라의 몸 이야기> 때부터 좋아하던 작가님(필명 : 하리하라)이라 어찌나 설렜던지요. 취재 전날 오래전 좋아했던 책(<하리하라의 몸 이야기>)을 꺼내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특히 '일상적 질병으로 인한 공포 : 신종플루 유행을 둘러싼 현대 사회의 모습' 꼭지는 코로나 시대인 작금의 상황을 미리 예견한 듯해서 여러 번 놀랐습니다. '많은 사람은 질병 그 자체의 독성보다는 일상생활의 붕괴에서 오는 공포로 인해 신종플루를 더 두려워했던 것 같다'라는 구절은 폐부를 찌릅니다.
과학책방 <갈다>의 설립 취지와 과학 커뮤니케이터 양성 등 프로그램에 대한 취재는 제 고정관념을 격파하는 반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흔히 말하는 '문과형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일상생활을 하면서 과학이나 수학 따위가 왜 필요해? 아유, 골치 아파..."라고 생각하는 종류의 사람 말입니다. 과학책방 <갈다>는 저와 같은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시민 대중에게 '과학적 사고방식'의 씨앗을 심어 주기 위해 과학 커뮤니케이터 양성 프로그램 및 <코스모스> 등 과학 책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과학은 과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전문가 영역도 존재하지만 현대인의 기초 교양으로서 얼마든지 접근 가능하다, 미래는 '르네상스형 엔지니어'를 필요로 한다, 과학적 사고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삶의 태도가 돼야 한다,라는 것이 <갈다> 커뮤니티의 생각입니다. <갈다>의 실험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켜보는 일은 몹시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과학이 전부는 아니지만 전문성보다 융합적 사고가 중요해진 이 시대에,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과학적 사고로 세상을 보는 자기 마음속 프레임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한다"라는 말씀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영역에 과학 저술가, 강연자뿐 아니라 스토리텔러(SF 소설, 과학 만화가 학습 만화 교양 만화)와 과학 크리에이터(유튜버)까지 포함시킨 포용성과 확장성에도 놀랐습니다. 과학의 학문적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느껴졌거든요. 책방으로 리모델링 하면서 그곳에 살던 길고양이들을 보듬어 안고 책방 현관문 앞에 늘 사료와 물을 담은 밥그릇을 놓아둔 모습이 취재가 끝난 후에도 내내 잊히지 않습니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너그러운 따뜻함이 과학책방 <갈다>를 지탱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열성적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불쑥 들이 민 낡은 책에 정성껏 친필 사인을 해주신(저는 기자라 불리기 민망한 사람입니다만? ㅎ) 이은희 이사님에게 마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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