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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rdDog Oct 08. 2022

일상 단편선 | 사람 둘, 개 한 마리 (2)


남편은 약 먹는 걸 싫어해


남편과 남편의 모로코 친구들은 약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자가 치유(?)를 선호한다. 그래서 감당 못할 정도로 아플 때만 약의 도움을 받는다. (복약지도에 잘 따르지도 않는다.)

반면 나는 약 애호가(?) 여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약을 먹어서 치료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사건은 터졌다.


남편이 내가 8년 동안 먹어온 정신과 약을 먹지 말라는 것이다.



약이야, 나야. 둘 중 하나만 선택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어쩔 수 없이 나는 하루 단약을 했다.


그리고 약을 못 먹은 대가는 참혹했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몸을 덜덜 떨었다. 정신은 몽롱했고, 몸은 이상했다.


나는 약을 거의 한 줌씩 먹을 정도로 상태가 많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회사에서 잠깐 나와 남편에게 울면서 말했다.


나 너무 힘들어…. 약 먹고 싶어…. 제발 약 먹게 해 줘…. 
남편: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 너는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 같아.
알았어. 집에 가면 바로 약을 먹어. 먹어도 돼.
난 그저 약의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그랬던 것뿐이야.


나는 할 말이 많았지만, 터트렸다가는 자칫 큰 싸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일단은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약 먹기를 재개할 수 있었다.



자전거가 고장 났다


전기 자전거를 산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어느 순간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을 때마다 삐걱- 소리가 났다. 

저번 주에는 비가 와서 고치러 가지 못 했는데, 아마 내일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탈 때마다 삐걱- 거리는 소리는 충분히 이목을 끌만큼 크고 강력해서 탈 때마다 창피함이 앞서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남편은 인싸 나는 아싸


남편은 인싸여서 늘 퇴근하고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고 술을 마시다 집에 온다.

반면, 나는 퇴근하고 에너지가 고갈되어 집에 틀어박혀있는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뺏어오고 싶을 정도다.


남편은 나와 같이 있는 걸 원해서 늘 같이 가자고 한다.

그래서 한 번은 나도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남편은 그저 친구들과 아랍어로 수다 떠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고, 나는 안중에도 없이 멍 때릴 뿐이었다. 그 경험이 싫었다. 그래서 그 이후 모임은 최대한 피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좋은 친구들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저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을 느낄 뿐.



무릎이 고장 났다


요즘 오른쪽 무릎이 시원찮다. 정형외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무릎 연골에 염증이 생겼다고 해서 주사를 맞은 뒤, (인생 최악의 고통이었다.) 좀 괜찮나 싶은 줄 알았다.


하지만 수일 후 고통은 다시 시작되었고, 의사의 말에 일단 체외충격파 치료를 권했는데 이럴 수가, 1회에 8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치료였고, 나는 보험이 없었다. 정신과 진료 때문에 보험에 가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값싼 치료로 바꾼 뒤, 2주간 물리치료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이 가시질 않아서 상담을 했는데, 이번엔 무릎 힘줄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의사가 아픈 부위를 누를 때마다 으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같은 주사를 (아마 프롤로 주사 같다) 맞았는데, 이번 주사는 별로 아프지 않았다. 내가 겪었던 의사가 누르던 아픔에 비하면 말이다.


이번에는 좀 치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껏 헬스장을 끊어놨는데 갈 수가 없었다.


힘줄염에 대해 찾아보니 보통 고령자나 같은 자세로 무언가를 반복 수행하는 사람, 스포츠 부상 등에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나는 저 기준에 모두 해당되지 않아서 너무 이상했다. 왜 아프지?


사실 나는 이전에 고령자에게 자주 발생하는 대상포진을 겪은 적이 있다.


안 좋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 몸은 이미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나는 오래 살 수 없는 걸까' 같은 생각 말이다.

남들보다 빨리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맞이하는 건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보험의 중요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입할 수 없다는 분함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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