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널드 Dec 20. 2018

우간다에서 루소가를 배우며, 지금 브런치를 쓸 확률

드레이크 방정식, 바늘과 씨앗, 그리고 인연

나는 어떤 대상과 나의 관계를 생각할 때 드레이크 방정식을 꺼내 들곤 한다. 인간과 교신 가능한 지적 외계 생명체 수를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방정식이 바로 드레이크 방정식이다. 여기엔 여러 값이 고려된다.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더라도 우리가 보낸 교신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이 방정식의 최종 결과값에서 제외된다. 그러한 생명체가 존재하더라도 지적 문명이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발전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며, 진화할 확률도 계산되어야 한다. 우리는 외계인이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이 모든 값들이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칼 세이건은 불후의 명저 <코스모스>에서 드레이크 방정식을 이토록 어렵게 설명했지만, 사실 우리는 이러한 개념을 너무도 쉽게 알고 있다. 바로 '인연'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말이다. 

"지구에 바늘 하나를 세워 놓고 하늘에서 자그마한 씨앗 하나를 떨어뜨려 그 씨앗이 바늘에 꽂힐 확률. 그 확률로 너와 내가 만난 것이다."

한 대상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될 때, 나는 드레이크 방정식과 인연이라는 개념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병헌의 이 대사도 떠올린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것과 내가 조우한 지금 이 순간은 기적과도 같다.

 

그리고 지금 내가 온 이곳, 우간다에서 하필 내가 배우게 된 이 언어, 루소가를 생각해본다. 역사 언어학자들은 8000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했던 언어가 약 2만여 가지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에 7023가지 언어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중 15%만이 다음 세대에 전달될 것이라고 한다(핀란드 헬싱키대학). 언어 역시 마치 대도시와 같아, 패권을 쥔 언어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헤게모니가 없는 언어는 사람을 잃게 된다. 세대가 흐를수록 언어의 다양성을 지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언어가 빠르게 사라져 가는 흐름 속에서, 전 세계 70억 인구 중 고작 0.03%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쓰는, 200개가 넘는 국가에서도 우간다라는 나라에서 쓰는, 그 안에서도 52개의 각기 다른 현지어 중 하나인 루소가를 배우게 된 건 상상하기 어려운 기적이다. 하늘에서 씨앗을 떨어뜨려 땅에 있는 바늘에 꽂히게 할 확률과 같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루소가를 배우면서 나의 현지어 강사인 Barbie를 흐뭇하게 만든 일이 있다. Barbie는 우간다에서 나의 포부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나는 마음속 대답을 선뜻 꺼내지 못했는데, 굉장히 추상적인 목표였기 때문이다. 봉사단원으로 다소 구체적인 목표를 지니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까 봐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Barbie는 Mwebale라며 악수를 건넸고, Barbie의 손을 보니 나 역시도 고마웠다.

현지어 강사 Barbie. 내가 굉장히 똑똑한 학생이라고 크게 착각하고 있다(2018.12.19)

  

Nenda kutwala Uganda nga amaka gange agokubiri. 
저는 진심으로 우간다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싶어요. 


우간다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싶은 것, 이 땅 위에 사람들을 위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 루소가를 통해 그들의 인식 체계에 조금 더 다가가는 것. 모든 것이 감히 드레이크 방정식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인연'인 셈이다. 

작가의 이전글 모든 우간다 학생을 숫자로 대할 것이 아니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