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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드 Dec 18. 2018

모든 우간다 학생을 숫자로 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숫자를 우간다 학생처럼 대하기로 결심했다.

약 뚜껑을 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는 끝내 뚜껑을 열지 못하고 죽었다. 매우 힘이 센 그였지만, 뚜껑을 돌려서 열어야 한다는 병에 적힌 안내문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교육이 경쟁과 출세라는 얼룩으로 번지면서 신분 상승 혹은 기득권 보호 수단으로 전락한 경향이 짙다. 이런 이유로 소위 개발도상국에서 교육이 지니는 의미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교육은 생존과 직결된다. 글을 읽을 줄 몰라 약 뚜껑을 열지 못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이야기는 누구나 들어봤을 테지만 교육이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이와 연결시키지는 못한다. 교육은 읽고 쓸 줄 아는 능력, 위생·보건 교육, 더 나아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한다는 의미에서 개도국의 피교육자에게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우간다 역시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교육에 관심이 많다. 교육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우간다만의 특징을 짚어보고자 한다. 골칫거리도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운 과감한 결정 역시 찾아볼 수 있다.



우간다는 무상 교육

우간다의 학제는 크게 Primary school(7년)과 Secondary school(6년)로 나뉘어 있고 Secondary school 내에서 한 번의 졸업시험(A-level test)을 통해 4년과 2년의 과정으로 나뉜다. 우간다는 1997년 primary school의 무상 교육을 결정했고 2007년에는 public secondary school에 한해서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의 접근성을 최대로 높이기 위한 우간다 정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곳의 무상교육은 말 그대로 교육비에 대한 '무상'을 의미하는 것일 뿐 교과서나 학습자료, 급식비 등 학교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무상교육이라 할 지라도 비싼 교과서를 구매하지 못하거나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중도에 학교를 관두는 학생 수가 여전히 많다.


초등·중등학교의 강제 휴강

우리는 다소 상상하기 어렵지만 교사가 학교를 결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간다의 경우 교사 임금이 생계를 유지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투잡을 뛰는 상황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교사의 결석은 교육의 질 저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또한 우간다의 인구 구조 문제와 맞물려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우간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 중 하나다. 우간다 전체 인구의 48.47%가 0-14세인 만큼 이미 학생 대비 교사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교사의 결석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학생들의 교육권이 과도하게 침해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는 교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교사의 임금 자체가 적고 그마저도 체불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난민 수용

난민 이슈에 대한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우간다는 매우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곳과 국경을 대고 있는 5개 국가 중 북쪽에 위치한 남수단은 대표적인 난민국가 중 하나다. 우간다는 남수단 내전을 피해 내려오는 난민들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난민 이동의 자유를 허용하고 그들에게 경작지를 제공하며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우간다는 2016년 9월 유엔 정상회의에서 나온 뉴욕선언문(193개 회원국이 난민 보호가 수용국의 부담이 아닌 국제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는 내용을 천명함)의 5대 시범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난민 이슈는 교육 이슈와 직결되는데, 난민의 절반 이상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난민 수용과 교육의 질(학교 현장의 안전, 학생 대비 교사 비율 등)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우이독경으로 여기는 대다수 국가의 행보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ex. 이민자 자녀들의 교육을 보장하는 DACA가 휘청하는 미국, 난민의 제주도 출도를 제한하는 우리나라 등)

*현 우간다 정부를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대다수의 우간다 국민들이 지겨워하는 30년 넘은 대통령이다.

수도 캄팔라의 나카세로 마켓. 수많은 인원, 빈번한 소매치기로 극도의 긴장을 불러일으키지만, 셔터를 멈출 수 없었다. 최소 카파이즘. 글과는 관련 없음(2018.12.16)


폴 칼라니티의 에세이 <숨결이 바람 될 때>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나는 분노와 슬픔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이유야 어떻든 하비 부인은 수많은 서류 작업 끝에 내가 맡게 된 환자였다. 다음날 나는 그녀의 검시에 참여하여 병리학 전문의들이 그들의 장기를 절개하고 꺼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그 장기를 직접 만지고 세밀히 살피며 내가 그녀의 창자에 묶었던 매듭을 확인했다. 그때부터 나는 환자를 서류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서류를 환자처럼 대하기로 결심했다."


미디어와 논문에 나오는 거대한 담론과 수치에 빠져 잘난 체하다 보면, 학생 한 명이 살아야 할 인생을 그저 숫자 1로 보는 경향에 빠지게 된다. 비록 나는 오늘 수치와 담론에 빠져 있었지만, 이러한 공부와 별개로 우간다 학교에 있는 학생들을 숫자로 생각하지 않고 개개인의 소중한 인생으로 대하는 태도를 견지해야겠다.




Ref.

The guardians <Explainer: The education system in Uganda>

https://borgenproject.org/10-facts-about-education-in-uganda/

2018 world population review - Uganda

The Republic of Uganda Ministry of Education and Sports – Fact sheet 2016

한국일보 2017. 03 <'남수단 난민' 보호 애쓰는 우간다 정부를 도와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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