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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드 Dec 25. 2018

더운 크리스마스는 처음이라서요

우간다가 준비하는 크리스마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naughty한 의상을 입고 밤늦도록 놀다가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경건하게 교회를 가는 매력적인 이중인격


내 인생에서 크리스마스를 민소매를 입은 채로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날씨는 전혀 크리스마스 같지 않지만 우간다의 크리스마스는 한 해의 가장 큰 연휴다. 그래서 이곳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모든 것이 들떠있다. 사람들이 들떠있고 심지어 시장에서 파는 물건 가격마저 덩달아 들뜨게 된다. 

노란 봉지를 쥔 손에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이 어렴풋이 보인다(2018.12.24)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엔 그곳에 있는 감정들이 있다. 외지인에겐 그곳에 공유되고 있는 감정을 통해 장소에 대한 인상을 새긴다. 우간다에 절대 없는 한 가지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냉소다. 도로 상황도 좋지 않고 신호등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심지어 중앙선조차 그려져 있지 않는 도로에서, 보다보다(오토바이 택시) 운전사는 웃음이 넘친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지금 이 땅은 인도가 아닌 차도다. 도로에 아무런 표시가 없다.(2018.12.24)

이곳의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가장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자신이 밟고 있는 이 땅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불만과 냉소, 환멸을 응축한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통용되고 있는 우리와 전혀 다르다. 


모든 우간다 사람들이 하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People in Uganda are kind"다. 우간다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안타깝지만 우간다에 사는 한국인들에게서만 들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느낀 우간다는 우간다 사람들이 말하는 우간다에 훨씬 더 가깝다. 이들은 붐비는 나카세로 마켓에서 나를 붙잡고 대북관계를 물어보다가 내 소지품을 잘 관리하라며 걱정해주고, 시장에서 내가 바가지를 쓰지 않았는지 염려해주었으며, 가격 협상이 끝나고 물건값을 지불하면 딱 맞게 잔돈을 거슬러 주었으며, 무중구(흑인이 아닌 피부가 하얀 사람을 모두 무중구라고 부름)인 내가 어색한 억양으로 "Webale"하면 하얀 치아가 다 드러나도록 미소를 지었다. 

우간다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니고 있는 우간다 축구 유니폼. 지나가는 사람 10명 중 한 명은 축구 유니폼을 입고 있을 정도.(2018.12.24)

우간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Lifist라는 바비의 표현을 들었다. 라이피스트란 자신의 삶, 정확하게는 오늘에 집중하는 이들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바비는 루소가 수업 도중 자신이 라이피스트라며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을 있는 힘껏 드러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naughty한 의상을 입고 나가 밤늦도록 놀다가 집에 와 옷을 갈아입고 경건하게 교회를 가는 다소 복잡한 계획을 1시간 넘도록 자랑했다. 나는 이 이중인격이 너무 웃겼고 동시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일관성이라는 강박에 자신을 가두지 않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 어울리지 않는 침엽수 트리.(2018.12.24)

글을 쓰는 지금도, 맑은 하늘이 순식간에 소나기로 바뀌었다. 더운 크리스마스가 처음이라 그런가. 마치 날씨처럼 일관되려고 애쓰지 않는 모습을 지닌 우간다의 크리스마스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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