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여행과 우간다 거주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포인트
보다보다는 오토바이 택시로 우간다에서는 매우 대중적인 이동수단이다. 도로 상황은 물론이고 중앙선조차 그려져 있지 않은 탓에 crowded를 넘어 chaotic이라는 표현이 더 잘 들어맞는(우연히 만난 독일 친구 Max의 표현) 이곳 환경에 보다보다만 한 대안은 없다. 보다보다 기사들 역시 이 사실을 잘 아는 탓에, 헬멧이나 사이드미러 없이 당당하게 운행하며 자신들의 야생성을 한껏 어필한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흥정이다.
우리나라 택시요금은 더럽게 비싸지만 요금이 나에게 실시간으로 오롯이 보이는 탓에 내 요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물론 너무 가파르게 오르는 요금이 실시간으로 가슴을 때리니 일장일단). 캄팔라의 보다보다는 부르는 게 값이다 보니 그야말로 대혼돈이다.
물론 세이프 보다라는 서비스가 존재한다. 우버와 비슷한 서비스인데 오토바이 택시를 부를 수 있고 요금 체계도 지불 전에 소비자에게 미리 공개되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 일단 세이프보다를 잡으면 기사에게 바로 전화가 걸려온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기사에게 바로 전화가 와야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스마트폰에 연연한 삶을 살지 않는다. 결국 애가 타는 건 내가 될 수밖에.
그래서 다시 일반 보다로 눈을 돌린다. 세이프보다의 요금을 대충 파악한 후 보다보다 옥션에 내 몸을 던져야 한다.
1. 보다보다가 몰려 있는 곳으로 간다.
2. "Oli otya bassebo!" 현지에서 오래 생활했다는 vibe를 있는 힘껏 뽐낸다.
3. 헬멧이 있어야 탈 수 있다는 룰을 어필해 그들의 헬멧을 뺏는다(앞서도 말했지만 세이프보다와 달리 일반 보다는 훨씬 더 야생성을 드러낸다. 고객의 머리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4. 얼마냐고 물어본다(엉덩이를 보다에 대기 전에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5. Nsoniwa ssebo. Tyenda(I'm sorry but I don't want to ride with that price)로 여유 있는 척한다.
6. 원하는 가격에 자리를 내어주는 보다에 탑승하면 성공!
보다보다 흥정은 생각보다 몹시 흥미진진하다. 루소가를 섞어줄 때 더욱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보다를 자주 타야 한다면 일련의 과정이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우간다를 여행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 온 무중구(흑인이 아닌 피부 하얀 사람들)는 매일 전쟁 같은 옥션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보다보다는 일과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 보다보다를 탄다는 것이 우간다 라이프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나는 여행으로써 우간다가 아닌, 삶으로써 우간다에 적응해나가는 어딘가에 서있다. 태도는 친근하지만 흥정은 단호하게, 흥정은 단호하지만 마음은 친절하게. 다소 복잡한 이 회색지대의 감정을 적응해나가고 있는 어딘가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