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널드 Jan 10. 2019

우간다 사람들과 털어 본 '털' 이야기

내 겨드랑이에 있는 친구들의 안부를 묻는 우간다 사람들

흑인들은 대체적으로 털이 없다. 있어도 얼굴에 있는 털들 턱수염이나 콧수염 정도가 그들이 가진 거친 털의 전부다. 열대 초원에서 털이 많으면 몸에서 빨리 열을 배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거친 털이 점차 솜털과 같은 형태로 바뀐다고 한다. 진화를 거듭하면서 인류의 털은 점점 줄었고, 특히 열대지방의 흑인들은 그 털이 더욱 가늘어진 것이다. 


털에 대해 이토록 장황하고 재미없는 서두를 던지는 이유는 털에 대한 매우 큰 문화적 충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현지어 강사와 쉬는 시간에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던 중 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피부나 털을 보면 굉장히 신기해하기 때문에 자주 신체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곤 했다. 현지어 강사 중 한 명이 나에게 armpit 털의 안부를 물었고, 나는 매우 잘 지내고 있는 친구들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두 명의 현지어 강사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한 명은 내 루소가 강사, 다른 한 명은 같이 파견 온 단원들의 영어 강사)


"What!!" 

특유의 갈라지고 다소 촐싹 맞은 목소리를 내는 내 현지어 강사는 연신 "oh my god"을 반복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는 내게 한 술 더 떠 중요부위 털의 안부까지 물어봤다. 나는 당연히 그들 역시 잘 지내고 있다고 대답해줬다. 혼비백산, 아비규환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것 같다. 


과일마저 그들의 피부처럼 반들반들하다. 나카세로 마켓(2019.01.02) *털에 관한 글 쓰는데 무슨 사진 첨부해야 할지 아시는 분은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사실 나도 옛날부터 제모를 하고 싶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중요부위까지는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armpit 친구들과는 작별을 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널드의 특성상 나의 털들은 주로 자신 없고 힘없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마저도 그리 많지 않은, 가련한 친구들이다. 간혹 다른 이들이 내게 제모를 한 적이 있냐고 물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냥 놔둔 측면도 있다. 하필 내가 민소매 티를 즐겨 입는 탓에 현지어 강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너 정말 armpit에 털이 있다고?" 


"If you guys do not shave your bush, Ugandan girls will run away." 

내 현지어 강사가 이렇게 반응하자 나와 다른 단원들이 자지러지며 웃었다. 털이 있는 것을 bush라고 표현한 그의 창의력에 한 번 웃었고, 그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또 한 번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제모를 하지 않는 것을 굉장히 불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우간다, 아니 아프리카에 있는 모든 남성과 여성은 겨드랑이와 심지어 중요부위를 제모한다고 했다. 아프리칸들에게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범위의 털은 오직 얼굴 위라고 선을 그어 말했다. 


지나치게 친절하고 착한 우간다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우리에게 면도기를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 그들이 우리의 청결을 위해 신경 써주는 마음이 너무 고맙고 예뻤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그 선물은 받지 않았다. 오늘따라 bush들이 조금 더 애처롭게 느껴진다. 

작가의 이전글 보다보다를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