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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드 Jan 16. 2019

우간다에서 정리하는 '두유노사우스코리아 클럽' 서열

우간다 사람들이 한국인을 만났을 때의 대화는 놀랄 만큼 예상 가능하다

친절하고 외국인에게 우호적인 우간다 사람들은 무중구에게 열에 다섯은 먼저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건다. 하지만 나와 같은 아시안의 경우 이들이 인사를 건네는 공식이 존재한다.  


길 가는 한국인과 우간단의 대화
우간단: Ni hao / Hey Chinese / Ching chang chong
한국인: Siri mu China(I'm not from China)
우간단: Ah, then where are you from?
한국인: South Korea.


여기까지는 누구와 대화할지라도 100% 일치한다. 이들은 '아시안=중국인'인 까닭에 무조건 중국어로 인사를 하거나, 중국인이라고 부르며 생글생글 웃는다. 중국인 취급은 혼란스러울 정도로 북적이는 시장통에서 특히 심하다. 이러한 인사를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마지막 칭챙총은 이들이 중국어를 따라하는 모양새다. 칭챙총이라고 하면서 쿵푸 동작으로 시비를 초청하는 우간단들도 간혹 있다.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난 이들이 좀 귀엽게 느껴진다. 한국인들은 부부싸움도 태권도로 하냐고 물어보는데 귀여울 수밖에.

 

3보 이상 걸을 때마다 듣는 니하오. 일일이 "Siri mu China"라고 답변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2018.12.24)

각설하고 내가 중국인이 아니라는 말을 루간다로 던지면 이들이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정중하게 영어로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본다(다소 순서가 잘못됐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때 South Korea라고 대답하면 된다. 친절하고 착한 우간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을 최선을 다해 끄집어내려고 노력한다. 나 역시 낯선 사람과 친해지려는 과정에서 공감대 형성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그들의 노력에서 가끔 내 모습이 비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우간다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대단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들의 대답 역시 정형화가 가능하다. 


1. South Korea? Oh Kim Jungeun?

안보상업주의와 매카시즘으로 정신 무장한 이들이 이 대답을 듣는다면 노발대발할 가능성이 크다. 뉴스에 연일 오르내리는 김정은은 우간다 사람들에게는 한국 하면 바로 떠오르는 첫 번째 주제다. "김정은이 너네 리더니?"라고 물어보는 이들이 대다수고,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이들은 김정은의 나이를 묻거나 남북한의 현재 관계에 대해 묻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질문에 비교적 성실하게 답변해줬다. 나카세로 마켓 한 복판에서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물어본 사람도 있었다. 이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가상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우간다와 북한의 모종의 무기 밀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으로 인해 우간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놀랍게도 우간다에 북한 사람들이 종종 살고 있다. 코이카는 북한 사람들과 접촉하게 될 경우 즉각 보고할 것을 원칙으로 한다.


2. Oh! Son!

그냥 좋아서 넣어 봄.

김연아, 박찬호, 박세리? 우간다의 '두유노사우스코리아 클럽' 일등공신은 단연 우리흥이다. 우간다의 축구 사랑이 매우 대단한데(대부분 아프리카 국가가 그러하지만) 프리미어리그를 통한 토토가 매우 대중적인 까닭이다. 게다가 지금 손흥민의 활약까지 더해지면서 우간다는 남녀를 불문하고 거의 손흥민을 알고 있다. 일부 축구 전문가(라 쓰고 토쟁이라고 읽는다)들은 손흥민부터 한국 프리미어리거들을 쭉 읊는다. 박지성, 기성용 등등. 개인적으로 박지성 선수가 뒤에 나오는 것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3. 주머엉그!

도대체 무슨 말일까. 영국식에 아프리칸 특유의 억양이 섞인 이 단어. 내가 배운 한국식 윤선생 영어에서는 당최 들어 보지 못한 발음에 당황했던 첫 번째 단어였다. "I have watched Korean soap opera several times." 그 뒤에 나오는 주머엉그. 그들은 그저 주머엉그를 되풀이할 뿐 ancient Korea라는 힌트 이외에 어느 것도 주지 않았다. 한참을 되새기고 나서야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 주몽이었구나.'

놀랍게도 주몽은 우간다 사람들이 꽤 많이 본 드라마다. 내가 이따금씩 앞머리를 쓸어 넘길 때마다 현지어 강사는 주몽에 나오는 사람들 같단다. 주몽 이외에도 한국 드라마를 정기적으로 볼 수 있는 채널이 두 개나 된다. HG라는 채널에서는 매일 저녁 9시에, Bukedde라는 채널에서는 매일 저녁 8시에 한국 드라마를 방영한다. 

고구려에 대해 꽤 잘 아는 우간단들이 반가울 때가 있다.


정리하자면 길 가는 한국인을 아는 체하는 우간단과 나눌 수 있는 대화는 결국 김정은, 손흥민, 주몽으로 귀결된다. 혹자는 아시안을 무조건 중국사람으로 취급하는 우간다 사람들에 대해 비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에게 한 번 더 미소를 보이며 중국인이 아님을 알려준다면 이들은 반드시 자신이 아는 한국의 무언가를 꺼내기 위해 노력한다. '두유노사우스코리아 클럽'에 김정은이 들어가는 게 다소 불편하겠지만 우간다를 이해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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