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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드 Mar 28. 2017

턱걸이는 정신 건강을 해칩니다

헬스장 쭈구리의 비애

"그거 운동 그렇게 하시는 거 아니에요."


  헬스장 등록 후 첫 한 달은 그저 두려웠다. 헬스 고수에게 행여 저런 지적을 받을까 두근거리며 운동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눈칫밥만 먹다 보니 어좁이 널드 탈출 프로젝트를 개시한 지 6년이 흘러 버렸다. 아쉽게도 그 세월 동안 운동보다는 다른 분야의 능력이 향상됐는데, 바로 '스캔 능력'이다. 


  헬스장 연차가 올라갈수록 나와 같은 공간에서 운동하는 남자들에 대한 견적(저 남자가 스쿼트를 80kg 정도 드는구나, 저 사람은 턱걸이를 10개 정도 하는구나 등의 데이터)을 점점 빠른 속도로 뽑는 것이 가능해진다. 비교의 기준은 당연히 나 자신이다.


  만약 내가 할 수 있는 최대 턱걸이 개수가 15개일 때, 10개 정도 하는 사람을 본다면 ‘저 사람이랑 나랑 5개밖에 차이가 안 나네. 요즘 운동 잘하는 사람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반면 턱걸이를 한 번에 20개까지 하는 사람을 보면 ‘와 나랑 5개씩이나 차이나네. 내가 얼마나 더 운동을 많이 해야 저만큼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자괴감에 빠진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쫓아가는 건 참 어려운데 나보다 못했던 사람들이 나만큼 하기까지 혹은 나를 능가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왜 이리 짧은 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쫓기듯 운동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인생에서 고작 턱걸이 하나 가지고 이렇게 쫓기고 좌절하는데 다른 분야는 오죽할까. 남 눈치보기 바쁜 내 안의 널드는 오늘도 헬스장 구석탱이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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