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기숙학원과 군대 사이, 풀리지 않는 난제
대학교 진학을 위해 남자 기숙학원에서 공부하는 수험생
102 보충대에서 부모님과 작별한 훈련병
아직까지도 선뜻 선택할 수 없는 지상 최대의 난제 중 하나. 둘 다 경험해 본 이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일 수밖에 없다. 이에 군대와 남자 기숙학원을 다각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남자 기숙학원과 비교했을 때 군대의 강점
1. 최소 637일이라는 어마 무시한 기간
2. 말년병장을 바라볼 때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
3. 군인이라는 이유로 종종 받는 조롱
군대와 비교했을 때 남자 기숙학원의 강점
1. 군대는 월급을 받지만 기숙학원은 매달 100만 원 이상의 돈이 빠져나간다.
2. 군대는 정해진 전역일이 있지만 기숙학원의 생활은 언제 끝날 지 모른다(빨리 끝나야 그 해 11월이다).
3. 군대는 일과 후 전화 및 사지방 이용이 가능하지만 기숙학원은 외부와의 어떠한 접촉도 차단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비추어 봤을 때, 개인적으로는 남자 기숙학원(이성이 존재하지 않음)에 한 표를 던진다.
바야흐로 2010년 5월 말, 대입의 쓴 맛에 취해 방황하던 나는 배수의 진을 치기 위해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 씩씩한 기백은 자리 배정 후 책을 펼치자마자 눈물로 사라졌다. 엉엉 울었다. 내 속에 북받쳐오는 꺼지지 않는 서러움의 연원은 무엇이었을까?
자습실 책상에서 부모님께 다하지 못한 효를 자책했다. 부모님께 저지른 일련의 불효들이 미친 듯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당시에 있던 대학 신입생 여자친구도 눈에 밟혔다. 이 곳을 나갈 수만 있다면 부모님께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여자친구도 종종 보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들썩이는 어깨를 간신히 추스르고 1층 데스크로 내려갔다. 기숙학원에 들어온 지 6시간 정도 됐으려나?
"(어깨를 들썩이며)저 학원 나가면 안 되나요? 여긴 정말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
"많이 힘드니?"
"네 저 부모님께 전화 좀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러면 하루만 더 있어봐. 그리고 내일 돼도 못 견디겠으면 다시 와보렴."
"네..."
그 덕에 나는 생애 최고로 끔찍한 밤을 보내게 되었다(허나 102 보충대 입소 첫날밤이 후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다음 날 데스크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렇게 버티면서 공부하기 시작했고 운이 좋게도 내가 원하는 학교에 원하는 학과를 입학할 수 있었다.
처음 대학에 합격했을 땐 모든 공을 내 덕으로 돌렸고 재미없는 인고의 시간이었던 기숙학원은 그렇게 잊힌 기억이 됐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고민해본 적 있었다. 한참의 생각 끝에 어떤 말 한마디 덕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루만 더 있어봐.
생각해보면 데스크에 계셨던 그분도 나를 잡기 참 미안하셨을 법하다. 울면서 못하겠다는 널드를 그분은 굳이 잡고 싶으셨을까?
인생은 다른 이들이 내게 했던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