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널드 Jan 01. 2018

나도 성공 못했어요 #MeNeither  

2017년의 실패를 자랑스럽게 공유하는 이유.

내게 2017년은 '실패'로 점철되는 해였다. 많은 이들 역시 대부분 실패했을 것이다. 취업에 실패할 수도, 승진의 문턱에서 넘어졌을 수도, 중등임용시험에 1점 차로 떨어졌을 수도 있다. 아니면 누구나 다 쉽게 하는 일조차 실패할 수도 있다(ex. 자동차 2종 면허 재수. 실제로 작년까지는 쉬웠던 운전면허 2종 시험에서... 난 재수를 해야 했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실패를 드러내진 않는다. 누구나 실패를 많이 하는 데도 말이다.


카페인 우울증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뜨는 지인들의 소식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심리적 우울감을 말한다. SNS에는 자랑하고 싶은 것, 멋있는 모습, 역경을 극복한 스토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정작 나는 인생을 살면서 자랑할만한, 멋있는, 혹은 역경을 극복한 경험이 자주 있진 않았다.


대부분이 숨기지만 주로 실패를 경험한다. 나는 내 인생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실패를 숨기는 것에 대해 반감이 들었다. 실패를 숨기는 건 마치 내 인생의 대부분을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7년을 정리하며 내가 겪은 실패담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2017 상반기 탈락 현황

1. 구글뉴스랩 서류 탈락

- 신생 구글뉴스랩 따위가 감히 나를? 당시에는 아직 지상파 방송사 인턴으로 근무하던 중이라 콧방귀.


2. TV조선 겨울 인턴 필기 탈락

- 그래, 필기까지 간 게 어디야. 난 준비도 거의 안 했는데. 나쁘지 않네.


3. 현재 재학 중인 대학교 기자단 탈락

- 엥? 당황스러움. 왜냐면 6개월 간 지상파 방송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떨어질 것이란 생각 자체를 못함. 충격 2배


4. 모 인터넷 커뮤니티 온라인 기자

- 재택근무라는 이점과 구하기 어려운 온라인 기사 작성이라는 알바의 장점 때문에 호기롭게 시작. 하지만 시작한 지 보름 만에 잘림. 새로 만들어진 개인방송 관련 커뮤니티였는데 15일 만에 수익구조의 문제로 폐쇄. 일한 만큼만 돈 받음. 이때부터 수입 없이 살아가는 삶에 대해 피부로 느끼기 시작.


5. 해외교육실습(중국 선양한국국제학교 교생)

- 올해 첫 성취 경험. 사실 자격요건이 안돼서 애초에 지원할 수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자리가 나와서 자격요건 충족 못해도 지원할 수 있었음. 한 마디로 운.


6. 네이트스포츠 주말 알바 탈락1

- 포털사이트 네이트의 스포츠면에 뜨는 기사와 사진을 편집하는 재택 알바. 스포츠와 미디어? 완전 나잖아. 라고 생각했으나 광탈. 중국 교생 중에 지원한 알바라 시기가 안 맞았다며 위로.


7. 네이트스포츠 주말 알바 탈락2

- 6개월 이상 일할 인력을 구한다고 해놓고선 3주 후에 똑같은 공고가 또 올라옴. 이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인가?라고 생각하며 지원서를 써놓고 미친 듯이 전화하며 들볶았다. 결국 면접까지 순탄하게 감. 면접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탈락 통보 문자 받음. 아래는 문자 전문.

- "김널드님 (주)*** 조**차장입니다. 이번 네이트스포츠뉴스 편집 용역 채용에 불합격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ㅠ"

- 탈락 통보 문자에서 'ㅠ'를 처음 접했다. 그 역시도 날 떨어뜨리면서 가슴이 아팠나 보다.  


8. SBS 취재기자 필기 탈락

- 처음 써본 공채. 지상파 방송사 중 올해 유일하게 나온 전형이라 많은 이들이 몰렸다.(물론 최근에 K도 뜨긴 했지만) 미디어에 뜻이 있는 여러 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의의는 없었다고 한다.


8.1 SBS 서류 피드백 스터디 탈락

- 이건 뭐냐면, 서류 제출하기 전에 서로 자소서 봐주고 피드백해주는 번개 스터디. 내가 아직 고차 경험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통보도 받지 못하고 스터디 카르텔에 막힘.


9. 에듀윌 시사상식 편집 알바 탈락

- 에듀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내는 시사상식 책을 편집하는 알바. 호기롭게 도전했으나 역시 탈락.


10. 스포츠한국 수습기자 탈락

- 애초에 지원 대상자가 아니었다. 8월 졸업예정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하고 싶다.


11. KBS 웹 에디터 탈락

- 사실 정확한 명칭이 기억나지 않는다. KBS 뉴미디어 페이지에서 명견만리나 역사저널 같은 프로그램 콘텐츠를 기사로 혹은 카드뉴스로 제작하는 업무였던 것 같은데, 이 역시도 탈락했다. 탈락 여부는 통보받지 못했다.


12. MBN 취재기자 필기 탈락

- MBN 탈락은 순탄하지도 못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MBN 필기시험 전날 술자리가 있었고 시험장에 갔다. 필기시험장에 털레털레 온 나와 달리 다른 응시자들은 재학증명서와 영어성적증명서 등을 손에 쥐고 온 걸 확인하고 아차 싶었다. 필기시험 끝나고 시험 감독관에게 혼났다. 시험 치러 온 사람이 이런 정신상태로 오면 어떡하냐면서...


13. 채널A 취재기자 필기 탈락

- 필기 시험장 공기 좀 맡아봤다고 나름 데이터가 쌓였다. 기자 필기만 놓고 평가하자면, 채널A의 필기시험 문제 구성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기자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것들만 잘 골라 시험으로 구성했다. 물론 나는 기자 직무 수행에 아직 적합하지 않았나 보다.

- 서류 전형에 100초 클립 영상 제작이 있었는데, 덕분에 다른 언론사 시험과 달리 채널A 시험에 응시하고 내 영상 하나는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14. SBS 스포츠넷 PD 서류 탈락

- 서류 마감 직전에 부랴부랴 썼다. 스포츠와 미디어...? 이건 또 내 영역인데. 하지만 광탈.

- 마지막 자소서 항목을 반도 채우지 못했기 때문 + 2학기에 학교를 다녀야 했기 때문. 무려 탈락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두 개나 있어서 위안 삼기 좋았다.


15. 네이트시사뉴스 편집 알바 탈락

- 스포츠가 아니라 일반 뉴스면을 편집하는 알바. 역시나 통보는 지금까지 없다(지원 여름에 함)


(출처=김널드) 계속된 상반기 탈락 이후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컨셉



2017 하반기 탈락 현황

16. 오프라인 스터디 입성!

- 스터디 구하기에 실패했던 까닭에 내가 직접 온라인 스터디를 구성했었다. 하지만 온라인의 한계를 느꼈고, 오프라인 스터디를 구하기 위해 몇 군데 넣다가 드디어 날 받아준 고마운 스터디다.

- 이 스터디 모집글이 인기도 많아서 지원자도 꽤 있었다던데 날 선택한 부분은 아직도 미지수다.

- 거의 10연패 이상을 달리던 내게 자기효능감 +1

- 하지만 내가 글을 잘 못 써서 피드백 지분 압도적 1위.


17. 조선일보 취재기자 필기 탈락

- 살다 살다 기자 필기시험에서 정철의 관동별곡을 원문으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 나름 기대했었으나 결과는 같았다.


18. JTBC 취재기자 서류 탈락

- 손석희 사장님 이런 식이면 곤란하죠. 전 그래도 기자 서류에서 탈락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제게 이런 시련을 안겨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서탈은 말이 없는 법.


19. 삼성 평창올림픽 판매 어쩌구 탈락

- 이건 뭐냐면,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올림픽 공식 스폰서(TOP)인 삼성이 평창과 강릉에 홍보관을 설치하고 거기서 글로벌하게 호객 행위할 아이들을 찾는 그런 잡 오프닝이었다.

- 업무 기간 동안 평창에서 수감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공부를 이어갈 수 없었지만, 그것을 상쇄시킬 만큼 돈을 많이 줬다(일당 20만원)

- 면접관이 내게 "아.. 널드씨 솔직히 너무 오버 스펙이에요"라고 말만 안 했어도 이렇게까지 열 받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 말 듣고 살짝 신나서 여유 있는 척했던 당시 태도를 생각하면 누워서 이불 걷어 차고 싶다.

- 아마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유창한 영어 구사에 실패했던 까닭 이리라.


20. CBS 노컷뉴스 취재기자 필기 탈락

- 나름 모태신앙 핏줄이라 뱃속에서 배운 기독교 상식으로 비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사상식에 기독교 관련된 문제 딱 하나 나왔다.

- 논술 시험에서 처음으로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나에게 주어진 60분이라는 시간, 잉크, 그리고 원고지. 이들이 절묘하게 3박자를 이루며 골고루 아까웠다.


21. EBS PD 서류 탈락

- 아마 수영 시합이랑 서류 마감이 겹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류는 당연히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자소서 두 개 문항을 반도 못 채웠고, 되지도 않는 내용을 갖다 썼기 때문이다.




일련의 실패를 자조로 끝내고 싶진 않다. 실패로 점철됐다고 자책할 것이 아니라, 서로 실패로 아픈 인생 공유하면서 보듬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투 해시태그로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이 겪은 아픔에 당당해졌고, 사회가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고작 오늘의 실패 경험을 부끄러워서 말 못 할 건 또 뭘까?


그래서 #MeNeither를 쓰고 싶다. 나 역시 성공경험은 없었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남은 인생에서도 역시 대부분을 차지할 나의 실패를
남에게 보여주면서 서로 조금은 위안도 되고 그러면 좋겠다.




#MeNeither #2018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 어린 네가 겪는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