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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드 May 05. 2019

관람석 없는 프로스포츠 직관은 처음이라

우간다 프리미어리그 직관기

사실 처음 축구 경기 관람에 초청받았을 땐, 그 경기가 정말 프로 리그인지 몰랐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경기장이 우리 집에서 5분 정도 떨어진 Jinja Senior Secondary School(이하 Jinja SS)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그냥 집 앞 학교고, 나 역시 농구를 하러 종종 가는 곳이다. 일본 정부 산하 해외봉사단 자이카(JICA) 친구들이 편하게 보러 오라고 했던 탓에 후반전이 시작할 때쯤 느지막이 도착해 우간다 축구 열기를 구경했다.

사실 자이카 단원인 ‘마사’가 뛰는 경기라고 해서 궁금했다. 우리는 아시아인들 사이에 흑인 용병에나 익숙하지, 흑인들 사이에서 뛰는 아시안 용병은 상상도 못 해 본 장면일 것이다. Jinja SS에 도착해 전화를 했더니 축구장 안으로 들어오라길래 펜스 출입문으로 들어갔다. 출입문을 관리하는(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내가 들어가려고 하자 자연스럽게 길을 열어주었다. 흑인들 사이에서 유일무이한 아시안의 활약을 보기 위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마사는 벤치에 앉아 있었고 후반전 초반 바로 교체 투입되었다.   

우리에겐 생소한 아니 익숙한 용병의 모습(2019.05.04)


코치가 마사의 이름을 호명했을 때 관중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그가 그라운드를 밟자 폭발적인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마사가 파울을 당하자 관중들이 다 같이 화를 내는 모습까지 더해지니 외국인들을 좋아하는 우간다 사람들의 심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은 확실히 파이팅이 좋았고 액션이 커서 재미있었다. 경기장이 완전히 평탄하지는 않고 울퉁불퉁해서 몸싸움이 심한 이곳 선수들에게 좀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경기는 득점 없이 무승부로 종료되었는데, 경기가 끝나니 Man of the Match 패널을 든 사람이 한 선수에게 다가가서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했다. 학교 대항전에서 이 정도로 격식을 차리는 게 신기해서 자이카 단원에게 물어봤더니, 이 경기가 우간다 프리미어리그의 18/19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는 당황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필스너가 후원하는 MOM(2019.05.04)



우간다 프리미어리그는 16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역 단위 리그인 2부 리그와 승강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위 3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되고 2부 리그의 상위 3팀이 UPL로 승격되었다. UPL의 명문 구단인 캄팔라 시티가 시즌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 지었고, Jinja SS는 시즌 9위로 다행히도 UPL 잔류에 성공했다. 설명을 들어도 이 팀이 프로팀이라고 믿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프로팀이라고 믿어도 되는 이유가 있다. Jinja SS에 우간다 축구 국가대표가 한 명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못 믿을까봐 구글에 검색한 우간다 프리미어리그. 사실 나조차도 구글에 검색해보고나서야 비로소 내가 직관한 것이 프로축구였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스포츠 구단의 3대 수입원은 입장 수입(티켓), 중계권료, 스폰서십 정도인데, 정작 나는 티켓 없이 프리패스로 들어가 선수 벤치 바로 뒤에서 경기를 관람했다는 점이 의아했다. 사실 학교 운동장(우간다에서는 최고 수준이 잔디 구장)이라 따로 관람석도 없고 관중들은 모두 서서, 혹은 학교 밖 지붕에 올라가거나 펜스에 다닥다닥 붙어 경기를 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입장료가 5000실링(한화 1500원 정도)였다. 그런데 누구도 내 티켓값을 대신 내주진 않았다. 내가 정말 운이 좋았거나, 티켓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거나, 마사의 가족이라고 생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하튼 입장 수입이 주요 수입원으로 기능하지는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TV 중계가 있는 날은 아니어서 그런지, 큰 경기장에 카메라 한 대(DSLR 같아 보였다)만 서서 경기를 버겁게 커버하고 있었다. 중계권도 주요 수입원은 아닌 듯했다.

학교인 Jinja SS가 왜 프로팀인가? 아마 이 질문 때문에 프로팀으로서 Jinja SS를 바라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2012년 Jinja SS가 구단을 샀고, 그때부터 꾸준히 UPL에 잔류해 있었다. Jinja SS는 우간다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큰 학교라 축구팀을 살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까진 Jinja F.C였던 구단 이름도, 학교가 구단을 소유하게 되면서 ‘Team Kirinya jinja SS’로 바뀐 것이다. 우리는 대기업 스폰서가 스포츠 구단은 소유하고 관리하는 것만 봐왔던 탓에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우간다 축구다.

*우간다 최초 아시안 용병 ‘마사’의 인터뷰는 다음 편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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