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아이들을 부모의 품으로 보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일까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를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생각보다 매우 도시화되어 있는 캄팔라의 자태에 놀라곤 한다. 나는 아카시아 몰이라는 쇼핑몰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곳에 3D 체험관 같은 것들이 있다는 사실도 매우 충격적이었다. 아프리카는 다 사하라 사막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움막만 짓고 살지 않는다는 걸 알긴 했지만, 실제로 두 눈에 롯데타워에서나 볼법한 현대적인 피사체들이 들어오니 당황스러웠던 게 사실이었다. 반면 그 쇼핑몰 밖으로 눈을 돌리면 불과 바로 맞은편 길바닥에 앉아서 구걸을 하거나 싼값에 과일을 파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의 경우, 한 지역의 한 시대를 인지하는 데 있어 '이 시대라면 이 정도의 생활상으로 살겠다'라는 예상을 한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예상이 의미가 없다. 우간다 북부 지역은 여전히 1960년인지 2019년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그런 이들이 종종 캄팔라로 건너오기도 한다. 육안으로 확연히 구별되는 빈부격차. 캄팔라는 그야말로 격차의 도시다.
Mpaku sente!
캄팔라에 두 달 정도밖에 있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거리를 걸어 다닐 때, 구걸하는 사람들을 예상보다 많이 마주치진 않았다(인간의 상상력은 언제나 현실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차가 정차해있을 때 거리의 아이들이 출몰하는 지역이 있다. 창가에 얼굴을 바짝 대고 "Mpaku sente"를 외친다. 아마 우간다에 있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들을 현지어 중 하나가 "Mpaku"라는 표현일 텐데, "give me"정도의 의미다. 그러면 본인이 우간다라고는 조금의 관심도 가져본 적 없더라도 sente의 뜻이 '돈'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외국인에게 "Mpaku~"로 시작하는 말을 듣게 된다면, '나에게 뭔가를 달라고 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초면인 아이들이 'Mpaku sente', 'Mpaku ememere(음식)', 'Mpaku sweet' 등의 표현을 해맑게 웃으면서 한다. 출산율이 높아 아이들도 워낙 많은 데다, 소 눈망울 같이 큰 눈과 흑백 그라데이션이 야무지게 들어간 고사리 같은 손바닥의 콜라보를 보는 순간 그 요청을 뿌리치기 힘들다.
특히 다른 지역에선 대부분 어른들이(혹은 어른처럼 보이는 이들이) 배가 고프다며 돈을 달라는 경우가 구걸하는데 반해 유독 캄팔라는 어린아이들이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구걸하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는 않다). 내 현지어 강사이자 이제는 친구가 된 바비에게 물어보니, 우간다 북부 지역에서 캄팔라로 무작정 넘어오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어디 출신인지 알기는 사실상 어렵지만, 그들의 태어난 곳은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이라는 설명이었다.
5월 21일, 우간다 NTV는 KCCA(캄팔라 시의회)의 법안 발의 내용을 보도했다. 새로운 법안은 '구걸하는 아이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단순히 돈을 주는 행위 외에도 그들에게 혜택을 주는 행위를 포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적발될 시 6개월 징역(이상 혹은 이하라는 표현이 없어서 어색한데, KCCA director의 사운드바이트는 이러했다), 4만 실링(13000원이면 징역이랑 너무 격차가 큰 것 아닌가)의 벌금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게 KCCA의 설명이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이유에 대해 KCCA director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캄팔라 거리에 있는 아이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이 아이들은 도로 마크, 표지판, 공공 잔디 등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또한 그 아이들과 그의 부모들에게 사회간접자본을 만드는 데 정부의 비용이 쓰이고 있음을 환기할 목적으로 법안을 발의한 바입니다.
- Kampla Capital City Authority, Director
거리에 내몰린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을 주로 내세우지만 확실히 공공기물 훼손에 대한 시 당국의 염려를 그대로 반영한 법안이라는 느낌을 물씬 받은 인터뷰였다. 애초에 아이들을 보호할 목적이라면 그들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이유에 대한 선행조사가 이루어진 후에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정치에 대한 환멸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사회간접자본 유지에 방해가 되어 거리의 아이들을 내몰고자 한다'라고 대놓고 솔직해질 순 없으니, 위선적인 대답(소위 말하는 정치적인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절대빈곤을 퇴치하고 국민소득을 올린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는 걸 우린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특히 아프리카 저소득 국가의 지도부는 국민소득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만큼 필사적으로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국민의 조세가 국가를 운영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참정권과 납세는 어느 정도 정비례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데, 조세로 걷어들이는 수입이 극히 적은 이곳의 특성상 국민의 입김이 정부에 닿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저소득 국가는 조세가 아니어도, 지하 광물 자원이나 삼림자원 등으로 돈을 벌 수 있다. 무엇보다 국제 사회로부터 받는 대외 원조는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 GDP의 10% 정도를 차지할 만큼 그 비중이 크다.
이렇듯 국민들이 굳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정부 재정이 채워지다 보니, 정작 정부는 국민소득이 오르면 조세도 많이 걷혀 정부도 부유해진다는 단순한 메커니즘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막대한 자원과 해외로부터의 원조에도 불구하고 절대다수 아프리카인들이 여전히 극빈층으로 남아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윤상욱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참고
UgnadaNTV - https://youtu.be/XynG0vih1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