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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범생 Nov 29. 2021

돈이 아닌 진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콧 리킨스의 '파이어족이 온다' 독서 후기

회사를 열심히 다니면, 언젠가 임원이 될 수 있을까.

회사에서 10년, 20년을 버티면 나에겐 다른 세상이 펼쳐질까.

언제부턴가 파이어족이 목표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나라고 다르지 않다.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 하고 싶은 일들 하면서 행복하게 여유롭게 살고 싶다.

누군가는 그 목표를 이뤘고, 과정을 남겼다.

파이어로 가는 7단계

1단계 : 가진 것을 계산하라
2단계 : 저축액과 지출액을 확인하라
3단계 : 일일 지출비용을 줄여라
4단계 : 주택, 자동차, 식비. 큰 세 가지를 줄여라
5단계 : 저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
6단계 : 소득을 늘려라
7단계 : 파이어 공동체를 찾아라


스콧 리킨스 - 파이어족이 온다


앞서간 그들의 모습과 과정을 보면서 내 생각과 행동을 비춰보고 점검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나는 무엇에 돈을 썼을까

2년 전, 매달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고부터 지출을 관리하게 되었다. 잦은 외식과 옷 쇼핑도 줄였다. 틈만 나면 들르던 편의점에 발길을 끊으려고 노력했다. 신용카드 개수도 줄였고, 정해진 예산안에서 한 달을 꾸려가려고 노력했다. 오천 원, 만원처럼 작게 새는 돈을 아끼려고 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바꿨다. 가장 비싼 휴대폰으로.


주변 환경에 변화를 주고 차와 심지어 지출방식도 바꿨지만
큰 지출에 있어서는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합리화하고 있었다.
여전히 ‘최고’를 누릴 자격이 있으니
원하는 것을 얻을 때 타협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p.185


'기왕 사는 거 좋은 거 사자. 비싼 거 사면 오래 쓰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큰 지출을 했다. 휴대폰을 살 때도 차를 살 때도 가끔 사는 옷을 살 때도 똑같이 생각했다. 맞벌이로 벌고, 이만큼이나 저축하는데 진짜 중요한 것들은 비싼 걸 사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저자와 똑같은 고민과 실수를 했다. 열심히 아꼈다는 자신에 대한 보상을 결국 큰 지출로 합리화하고 있던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모든 것에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야 했어.
차를 보면 내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약간이나마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어.
p.79


책에서 BMW를 포기 못한다던 테일러는 당장의 성취감이 경제적 자유의 타이머를 얼마나 뒤로 미루는지를 계산으로 확인한 뒤 차를 팔았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면 일하는 이유를 큰 지출로 보상필요도 없다.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최근 몇 달간 아내와 나눴던 대화 주제의 대부분은 이사였다.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고 먼길을 출근하는 것이 피곤하다는 이유, 작은 집에선 언젠가 태어날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 늦지 않게 서울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들. 그때 내렸던 결론은 지금 집을 팔고, 모은 돈과 대출을 늘려 서울로 이사 가는 것이었다. 네이버 부동산 관심 목록엔 서울 아파트들이 가득 찼고, 매일 저녁 '언제쯤 서울로 이사를 갈 수 있을지' 계산하곤 했다.


불가능은 아니지만 무리한 계획이 세워졌다. 지금까지 모은 모든 돈을 집어넣어야 하고 늘어난 대출을 상환하는데 급급하게 될 계획이었다. 이사를 가면 어느 정도 대출을 갚을 때까지는 더 이상 투자금을 저축할 수 없다. 대출을 일부 갚고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는데 필요한 종잣돈을 다시 마련하려면 최소 7~8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였다.


우리의 추구하는 목표는 경제적 자유를 통한 행복이었다. 어느 순간 목표는 점점 바뀌어 서울에 내 집 마련이 되었다. 당장의 서울살이가 근본적인 목표에 이르는 타이머를 얼마나 뒤로 돌려놓을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경제적인 자유가 너무 멀게 보인다는 이유로 당장의 큰 지출을 목표로 바꿔버린 건 아니었을까.*


어떤 집이나 차, 가전제품도
완벽한 인생을 사는 것보다 가치 있는 ‘완벽한 소유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p.205


책에서 저자와 아내는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중요한 10가지를 적어보면서 목표를 정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대신 5가지만 골라달라고 했다.


< 아내 >

- 새로운 곳을 가보고 경험하기

- 새롭게 발견한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

- 뉴에이지 피아노곡 듣기

- 집에서 요리한 따뜻한 건강 밥상 먹기

- 남편과 캠핑하기


< 나 >

- 조용한 카페에서 책 읽기

- 아내와 밤 산책하기

- 유튜브 보기, 영화 보기

- 아내와 여행하기

- 친구들과 게임하기


크고 비싼 집에 살기, 새 휴대폰 갖기처럼 큰 지출이 필요한 건 목록에 없다. 이런 것들이 우리 마음속 행복을 찾아주지는 않는다는 걸 새삼 느낀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소소하다.

10가지 목록 쓰기 훈련은 파이어를 실천하기로 한
우리의 결정에 가장 의미 있는 요소였다.
p.82



*서울 내 집 마련과 관련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영끌해서 좋은 입지에 집을 얻는다는 게 얼마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과거 사례가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급등한 시장에서 서울에 집 한 채를 투자하는 것(주거를 위해 많은 자본을 깔고 앉는 것)보다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강의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 더 나은 방법이라는 확신이 생긴다면 언제든 행동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있다.


파이어족의 목적은 은퇴가 아닐 수 있다

아껴 쓰는 삶은 힘들다. 저축을 많이 하는 사람들보다 저축률이 높은 것도 아니지만, 벌써부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가끔은 의문이 생긴다. 필요한 만큼 돈을 모으는 동안 참아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한정된 돈을 모으고 난 뒤, 은퇴하고 나서도 아끼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 평생 아끼며 사는 삶은 행복하지 않을 듯하다.


우리의 ‘은퇴’가 외식이나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도 없고
해외여행도 하지 못하는 그런 삶이 되는 건 아닐까?
p.288

 

저자도 더 이상의 근로소득이 없이 한정된 자본을 굴려서 사는 삶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일상적인 소비를 통한 행복이 없을까 걱정한다.


나는 파이어족의 개념을 잘못 알고 있었다. 내게 파이어족이란 빠른 은퇴로 직장을 완전히 그만두고,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파이어족이 여러 매체에 나왔을 때, 그들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파이어가 잔돈 한 푼까지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빨리 은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여전히 직장을 다니더라도
당신이 가진 인생 목표에 맞는 생활방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은퇴’가 모든 문제의 해답은 아니다.
p.303


파이어족은 FIRE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가는 사람들이지, 꼭 은퇴를 해야만 파이어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자유라는 최종적인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파이어족이다. 철저하게 모든 돈을 아껴서 당장의 행복 전부를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책에서는 상황에 맞는 타협점을 찾아 선물을 하고, 여행을 간다. 극단적인 절약으로 돈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왜 돈을 모으게 된 건지 목적을 중요시한다는 말로 느껴진다.


파이어는
남은 평생을 해변에서 칵테일이나 마시며 보내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어딘가를 꿈꾸며 책상 앞에 앉아 퇴근 시간만 기다리지 말고
당신의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쓰자는 것이다.
p.19


당장에 은퇴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소비의 늪에 빠져 자유와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목표를 잊지만 않으면 된다. 한번 사는 인생 자유롭고 소중하게 사용하자는 라이프스타일이 욜로가 아닌 파이어였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인 스콧 리킨스는 책과 동시에 Playing with Fire : The documentary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또한, 유튜브 Playing with FIRE 채널에서 책에서 나온 파이어족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비록 자막이 제공되지 않지만 영상이 짧고 음성으로 듣는 설명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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