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사원제이 Nov 17. 2019

사랑과 영혼, 사랑 이야기, 데미 무어

<사랑과 영혼>은 당시 국내 제목들 중에서도 참 멋지게 지은 제목이라는 생각이다. 원제목인 <Ghost> (유령)를 그대로 번역했다면 무언가 공포 영화의 느낌이 나서 결과적으로 얼마나 생뚱맞은 제목이었겠는가? <사랑과 영혼>은 원제와는 다르지만 영화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서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한국에서 사람들이 공포영화로 착각할까 봐 제목을 바꿨다고 하는데 정말 멋진 결정이었다고 하겠다.

1990년 당시에 개봉할 때까지만 해도 <사랑과 영혼>이 이렇게까지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될 줄은 몰랐었다. 예고편을 볼 때도 괜찮아 보이긴 했지만 이 정도의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막상 개봉을 하고 나니 사람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나 역시 영화에 빠져들었었다.


당시에 떠오르는 스타였던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즈'의 캐스팅도 훌륭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주인공들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에는 더없이 어울리는 캐스팅이다. <더티 댄싱>이라는 영화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패트릭 스웨이즈'도 훌륭했지만, 대담하게도 아주 짧게 자른 쇼트커트 머리로 등장한 '데미 무어'는 <사랑과 영혼>을 살린 멋진 캐스팅이었다. 이 영화로 '데미 무어'는 톱스타로 부상했다. 물론 '우피 골드버그'도 무언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역할에 딱 맞는 훌륭한 캐스팅이었고 말이다.



<사랑과 영혼>은 많은 인상 깊은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후에도 명장면들이 나올 때 항상 포함되는 영화였다. 특히, 도자기를 빚는 장면은 많은 곳에서 패러디를 했었고 영화를 모아놓는 Top 10 같은 선정에서 언제나 등장하던 장면이었다. 동전을 서로 맞대로 들어 올리는 장면도 좋았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쇼트커트의 데미무어가 우는 장면이다. 눈물이 눈 안에 가득히 그렁그렁한 데미무어의 얼굴은 영화의 분위기와 어우러져서 상당히 오랫동안 잔상이 남아있었다. 


배경이 되는 뉴욕의 모습도 <사랑과 영혼>의 이야기와 어울린다. 완전히 근대적인 건물들이 아닌 약간은 오래된 듯한 건물들과 따뜻한 느낌의 거리와 나무들을 비롯한 공간들은 영화의 전개와 어울리게 등장한다. 그 모든 공간이 밝게 그려지면서 유령이 나오는 영화가 음침하거나 무서움이 느껴지는 대신에 사랑스러움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유령이 등장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 것은 감독의 연출 역량이겠지?



이 영화 <사랑과 영혼>의 주제가인 '언체인드 멜로디 Unchained Melody'는 옛날 노래이다. 특이하게도 25년 전에 발표해서 히트시켰던 노래를 그 가수 그 레코드 그대로 다시 사용해서 빌보드 인기차트에 올랐다. 백인 듀엣이면서 흑인적인 소울 창법을 훌륭하게 소화했던 백인 남성 듀엣 '라이쳐스 브라더스'가 부른 '언체인드 멜로디'는 독특한 바이브레이션과 부드러운 멜로디로 영화의 장면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사랑과 영혼>의 OST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부터 <죽은 시인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걸작들을 비롯해 100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만들었던 거장 '모리스 자르'가 만들었다. 때문에 메인 테마도 '모리스 자르'의 곡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너무 호러영화음악 같아서 '언체인드 멜로디'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모리스 자르'의 스코어가 훌륭하긴 했지만, <사랑과 영혼>의 가장 감성적인 장면에서 호러영화 느낌이라면 정말 다른 느낌이 되었을 것 같다. 사이비 심령술사 오다매이의 몸을 빌려서 잠시나마 재회해서 '언체인드 멜로디'에 맞춰 스텝을 밟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음악과 장면에 멋지게 어우러진 감동을 선사했었으니 말이다.


'언체인드 멜로디'는 65년에 빌보드 4위까지 올랐던 히트곡인데, <사랑과 영혼>에 삽입되고 나서 25년 만에 다시 싱글차트에 등장해서 13위까지 오르게 되는데, 당시의 열풍을 생가하면 1위까지 오르지 못한 게 이상하게 생각 될 정도이다. 아마 지금이었다면 1위까지 오르지 않았을까?




<사랑과 영혼> 히트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약 10년간 묵혀두었던 각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도 충분한 제작비를 사용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특수효과들은 지금 보면 유치할 정도로 특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사랑과 영혼>은 특수효과를 중심에 두지 않고 사람의 관계와 이야기에 중점을 두어서 특수효과가 영화에 거슬리지 않게 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 서울 관객 350만 명 정도를 동원하는 빅히트를 쳤다고 하는데, 당시 350만 명이면 지금의 천만 관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과 영혼>은 관객수가 많은 것뿐 아니라 당시에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언급되고 많은 곳에서 패러디되고 활용되었던 영화이다. 지금이라면 실검 상위에 계속 올라있었을 정도가 아닐까?


지금은 이런 식의 따뜻한 영화가 나오지 않는 것이 너무 아쉽다. 세대가 바뀌어서인지 자극적인 부분이 없으면 흥행이 안 되는지 어떤 장르의 영화도 자극적인 부분을 넣는 무리수를 둔다. 로맨스 영화도 로맨스가 중심이 아니라 코믹이나 자극적인 소재들이 꼭 등장해서 로맨스의 분위기를 깨어버린다.  이제는 아름다운 사랑 영화는 팔리지 않는 시대인 것일까? 아름다운 배경과 아름다운 음악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싶다.

이전 14화 키아누 리브스 신인시절, 엑셀런트 어드벤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