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영화를 본 지가 한참이다. 그런 영화를 발견하기도 힘들다. 최근 들어서는 더욱 심해져서 아름다운 영화를 언제 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이다. 미국 박스오피스를 보더라도 마블이나 DC등 코믹스 원작의 블록버스터들 아니먠 급격하게 늘어난 호러 영화만 보인다. 액션 영화도 가벼운 코믹은 많지 않고 잔인함읉 내세운 액션 스릴러가 많다. 폭력에 익숙해진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보다 강한 폭력을 추구하고 잔인해진다. 사랑 영화도 힘든 내용이 많다. 현실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영화도 보면 힘들 뿐이다. 이제는 가볍고 밝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흥행이 안되나 보다. 안타까운 일이다. '노팅힐'이나 '어바웃타임'같은 영화는 이제 흥행이 안되는걸까?그게 아니라면 지금 영화 작가들이 그런 이야기를 쓰지 못하는 것일지도.
배경이 아름다운 영화를 찾아서 보러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아침>이나 <전망 좋은 방>, <엘비라 마디간> 같은. (아름다운 테마곡과 배경을 보고 선택한 <엘비라 마디간>은 전혀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어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선택한 영화가 <가면 속의 아리아>다. 영화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했지만 우연히 보게된 예고편에 등장하던 아름다운 배경에 반했다. 당연하게도 극장으로 달려갔다.
<가면 속의 아리아>는 비교적 단순한 기본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복잡한 설정이나 다면적인 캐릭터는 없다. 캐릭터의 선악이 명확하고 이야기는 단순하게 하나의 이야기가 주욱 진행된다. 줄거리는 당연히 예상 가능하며 반전도 모두 예상 가능하다. 하지만 재밌다.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개인 취향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가면 속의 아리아>는 시종일관 밝고 유쾌하게 진행된다. 아름다운 배경과 어울리는 좋은 노래가 흐른다. 물론 위기도 있지만 심각함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다 잘될 거야'라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89년에 프랑스에서 개봉한 <가면 속의 아리아>는 상당히 많은 상을 수상한 좋은 작품이다. 원제목은 <The Music Teacher> 임에도 한국 개봉 시에 제목을 <음악 선생> 같이 번역하지 않고 엉뚱하게 <가면 속의 아리아>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국 제목이 훨씬 영화와 어울린다. 옛날에는 이렇게 한국에서 만든 제목이 극장에 걸릴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원제 그대로 들어와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가면 속의 아리아>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유명한 성악가 조아킴은 자신의 현역 활동에 한계가 다가옴을 느끼고 은퇴한다. 그리고 하나뿐인 제자 소피를 지도하는데 전력을 기울인다. 어느 날 조아킴은 시장에 갔다가 소매치기 장을 만나고 그에게 소질이 있음을 발견한다. 조아킴은 장을 집으로 데려와서 노래를 가르치려고 한다. 조아킴은 소피에게 사랑을 느끼고 갈등하지만 스승의 본분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장은 남몰래 소피를 사랑하고 소피는 조아킴에게 연민을 갖지만 조아킴은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거절한다.
어느 날 오페라 가수 경연대회 소식을 알게 되고 그 주최자는 조아킴과 원수지간인 스코티다. 조아킴은 경연대회장인 스코티 공작 집 앞에 두 제자를 내려주고 격려한 다음 그대로 마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지난날을 회상하며 숨진다. 조아킴의 제자들은 처음에 당황하지만 결국 스코티의 제자와 멋진 승부를 한다.
영화의 곳곳에 장면과 어울리는 음악들이 등장한다. 특히 유명한 베이스-바리톤인 호세 반 담이 조아킴 역을 맡아서 멋진 노래를 들려준다. 성악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잘 알지 도 못한 편이지만 그런 나에게도 <가면 속의 아리아>에 나오는 노래는 모두 좋다. 영화 내용과 어우러져서 일 것 같은데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음악이 배경인 영화가 음악이 좋고 배경도 좋으니 모든게 만족스럽다.
영화를 보고 나올 때 기분 좋은 만족감이 남아 있었다. 배경과 음악이 모두 좋았고 뻔한 내용도 좋았었다. 팜플렛 구매는 당연한 일이었다. <가면 속의 아리아>에 대한 여러 정보가 담겨 있어서 더 가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