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4. 해외 여행을 떠나다
체코의 프라하에 도착했다. 많은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도시 프라하. 화면으로만 보던 프라하가 눈 앞에 펼쳐졌다. 프라하의 올드 시티를 느끼며 보이는 곳마다 셔터를 눌렀다. 구도를 생각한다고 하기는 했지만, 사진 한 장을 신중하게 찍기 보다는 스냅처럼 계속 찍는 방식이었다.
천문 시계탑이 눈 앞에 있었다. 평소처럼 일단 시계탑 정면을 찍으려고 했다. 높에 솟아있는 시계탑 전체를 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최대한 뒤로 물러나 앉아서 카메라를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내려서 올려 찍어봤지만 맨 위의 첨탑은 짤릴 것 같았다. 간신히 꼭대기까지 칙히더라도 사진이 예쁘지 앟았다. 시계탑의 모습이 제대로 표현되지도 않았으니까.
"전체가 안나오는데? 카메라로는 안되겠어"
"전체를 찍을 필요는 없잖아? 천문시계에 집중하는게 좋을 것 같아"
E의 말이 맞았다. 시계탑 전체를 찍을 이유가 없었다. 중요한 건 천문시계였으니까. 생각을 바꿨다.
" 가까이 가서 조금 옆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찍자"
꼭 정면에서 찍을 필요도 없었다. 방향을 약간 틀어보기로 했다. 약간 좌측에서 천문시계를 배경으로 구도를 잡아봤다. E가 천문시계의 조금 앞에 섰다. 전신을 찍으려고 하니 그림지 잘 나오지 않았다. E의 모습도 상반신에서 조금 아래에서 잘리도록 구도를 잡았다. 아주 좋았다. 셔터를 눌렀다.
천문 시계탑을 올라가면 천문시계탑 전망대가 있었는데, 주변 건물들이 높지 않아서 6층 정도의 높이였음에도 도심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의 역할을 훌륭히 했다.
전망대에 올라간 시간은 해가 지고 있을 때였다. 풍경 사진을 찍기 가장 좋다는 마법의 시간이라고 불리는 시간이었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갔고, 내려다 보이는 건물들에 불이 하나씩 들어왔다. 전망대는 외곽의 통로를 네 방향을 다 볼 수 있었다. 하늘이 가장 예쁜 방향에서는 하늘을 위주로 찍고, 건물들의 지붕과 불빛이 가장 예쁜 방향에서는 건물을 내려다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LCD 화면으로 본 사진은 좋아보였다.
카를교는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은 그대로였지만, 조금 떨어진 위쪽에서 보는 뷰가 가장 좋을 것 같았다. 카를교를 멋지게 찍으려면 근처의 건물 위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다. 카를교를 찍기 위한 다른 장소를 찾았다. 카를교를 건너서 돌아다니다가 강 가에 있는 공원을 발견했다. 벤치에 앉아서 카를교를 보니, 아래서 본 카를교도 예뻤다. 구도를 신중하게 잡고 사진을 찍었다.
돌아다니다가 다른 다리를 건넜다. 카를교를 바라보니 한 편의 그림이었다. 파란 하늘, 흰 구름, 초록 나무, 그리고 건물들이 어우러져서 카를교를 더 빛나게 했다. 카메라 프레임에 그 모든 풍경이 다 담겼다.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온 것 같았다. 조금 더 당겨서 찍어보고 싶다는 아쉬움은 조금 남았지만.
성 비투스 대성당을 지나서 골목으로 들어서니 색색의 집이 보였다. 아기자기하게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 곳은 '황금소로'렸다. 16세기에 지어진 집이고 현재는 15채 정도 보존되어 있다고 하는데, 일부는 그 시절의 모습을 담아 전시하고 있었고, 일부는 기념품 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색다른 느낌의 골목이라서 사진을 예쁘게 찍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원하는 장면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서점이 눈에 띄었다. 카프카의 책을 팔고 있는 작은 서점이었다. 작은 서점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카프카가 작품을 썼던 집이라고 하니 달라 보였다. 카프카가 여기서 썼다는 책을 기념으로 사고 책들을 배경으로 책의 사진을 찍었다. 밖으로 나아가 입구 옆에 E가 서 있는 모습을 찍었다. 좁은 골목의 반대편 벽에 등을 대고 최대한 카프카 생가 전체가 프레임에 담기게 했다. 가게 입구를 강조해서 찍어보기도 했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기다리고 찍고 하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구도를 바꿔봤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으면서 만족스러움과 함께 자리를 떴다.
맑은 날이라서 색감이 더 좋았다. 각각 다른 색깔을 가지고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골목을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 맑은 날에는 특별히 설정을 조작하지 않아도 사진이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