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사진을 찍어보자
여친 렌즈를 사고 싶었다. 여자친구를 예쁘게 찍을 수 있다고 해서 '여친 렌즈'라고 불리는 렌즈이다. 인터넷에서 인물을 얘쁘게 찍은 사진을 보면 나도 그렇게 찍어보고 싶었다. 인물을 부각하고 배경을 흐리게 만들어서 예쁘게 찍은 사진들이 여친 렌즈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여친 렌즈를 사고 싶었다. 새 카메라를 사겠다고 결심할 때, 마음 속에는 여친 렌즈가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여친 렌즈라는 명칭은 특정 렌즈의 이름은 아니라 85mm F1.4나 F1.8 렌즈를 부르는 애칭이다. 85mm 화각은 강한 아웃포커싱 효과를 낼 수 있어 인물에 집중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반면에 이런 특성은 풍경사진에는 적합하지 않다.
야외 인물 사진 촬영에 적합하기 때문에 여자친구를 돋보이게 찍을 수 있어서 여친 렌즈라고 불리는 렌즈였다. 여친 렌즈로 찍은 사진들을 보면 강하게 들어간 배경의 보케가 인물을 밝고 예쁘게 보여주었다. 특히 맑은 날 야외 사진들이 예뻤다. 여친이 좋아할 만한 사진들이었다. E를 이렇게 찍어주고 싶었다.
여친 렌즈의 문제점이라면, 다른 른제도 하나 더 사야한다는 것이랄까. 여행 사진을 찍으려면 풍경 사진도 필요한데, 여친렌즈는 풍경에는 적합하지 않았으니까. 대안으로 줌렌즈도 생각했다.
새로 카메라를 사기 위한 기나긴 과정을 보내고 선택한 카메라는 처음에는 생각 못했던 라이카 Q2였다. Q2의 렌즈는 여친렌즈와는 거리가 먼 28mm 로 고정되어 있었다. 화각이 넓은 Q2로 인물 중심의 사진을 찍으려면 가까이 다가가서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가까이에서 인물에 초점을 맞춰야 배경에 보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는 인물과 배경이 모두 초점이 맞아 풍경과 함께 하는 사진은 좋았지만, 여친 렌즈의 효과를 낼 수는 없었다.
카메라를 Q2로 결정했을 때도, 여친 렌즈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었다. E를 카메라에 담을 때마다 더 예쁘게 찍고 싶은 마음과 함께 여친 렌즈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가까이에서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찍어보니 여친 렌즈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아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내가 잘 찍으면 되는 거였다.
실제로 일상에서 시도해 보았는데, 작은 문제가 있었다. 보케 효과를 위해서는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데, 찍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바로 앞에 있는 카메라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가까이에서 자연스러운 표정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거리가 필요했다.
E의 상반신을 화면에 가득 차게 찍고 싶을 때는 여친 렌즈에 대한 아쉬움이 느꼈껴지곤 했다. 어쩔 수 없는 것에 매달리고 있을 수 많은 없었다. 여친 렌즈에 대한 미련은 일단 묻어 두고 풍경과 함께 E를 찍는 방법을 선택했다. 28mm 화각에 맞는 구도와 거리감을 고민했다. 지금의 내 카메라에 맞는 구도를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