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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제이 Oct 20. 2022

3-4 지금까지 내가 찍혀 준거라고!

Chpater3. 사진을 찍어보자


모처럼의 외출이었다. 파란 하늘과 밝은 햇살이 따스하게 맞아 줬다. 오늘의 목적지는 석촌 호수. 좋은 날씨와 벚꽃에 대한 기대감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벚꽃을 찾아다니지는 않는 성격이라서 인기있는 벚꽃 명소를 가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벚꽃을 배경으로 한 멋진 사진을 직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석촌호수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가득찬  사람들의 행렬에 놀랐다.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다. 석촌호수가로 내려갔다. 사방이 사람들이었다.  


벚꽃은 생각보다 풍성하지 않았다. 벚꽃 명소라고 해서 많이 기대했는데, 벚꽃이 기대만큼 크지 앟았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벚꽃이 뒤덮힌 나무를 생각했는데, 기대가 너무 과했던 걸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 생각보다 듬성듬성한 벚꽃나무가 실망감을 주었다. 들뜬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벚꽃 잎이 흩날렸다. 꽃잎이 흩날리는 호수는 나름 멋진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서둘러 카메라를 들었지만, 그새 바람이 멈추곤 해서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계속 사진을 찍었다. E의 모습도 스냅 사진으로 순간 순간을 찍었다. 


롯데월드타워쪽에서 내려왔는데, 호수 건너편으로 걷기로 했다. 건너편에서 벚꽃잎 사이로 보이는 롯데월드타워의 모습을 보자고 하면서 걸었다.


호수 길을 걷다가 멈춰선 E는 벚꽃나무 사이로 롯데 타워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우둑 솟은 은빛 건물이 묘하게 어울린다. 호수 건터편에 길게 늘어선 벚꽃나무들이 더 좋아보였다. 방금 전 건너편 있을 때보다 멀리서 보니 더 좋아 보인다. 길게 늘어진 벚꽃 나무 가지 사이로 보는 호수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따금씩 호수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와 벚꽃 가지를 흔들었다.   흰색과 분홍빛이 뒤섞인 벚꽃잎이 흩날리며 호수 길을 뒤덮었다. E의 머리 위에도 벚꽃잎이 살포시 자리 잡았다.




오늘은 생각보다 더웠다. 셔츠를 입고 걷다가 멈춰서 벚꽃 사진을 찍고 있는 E.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나는 계속해서 셔터를 눌렀다.  찍은 화면을 보고 다시 셔터를 누르는 것을 반복했다. 그 때 E가 말했다.


"찍지 마! 지금 왜 찍어? 이거 찍어서 뭐하려고? 여기가 예쁜 것도 아닌데. 그리고 얘기도 안하고 그냥 막 찍으면 어떡해,"


"..."


"그리고 인물은 핸드폰으로 찍는게 더 나아."


"카메라로 찍은 것도 괜찮은거 있는데..."


"괜찮은거 없어. 지금까지 찍은 것 중에서 쓸만한 게 거의 없어.

J는 사진 직기만 하지 찍은 사진은 한 번 보지도 않자나. 

보지도 않으면서 사진은 왜 그렇게 많이 찍는거야?"


"나도 사진 보는데, 사진 찍고 확인한다고."


"LCD로 보는거 말고. 제대로 봐야지.

PC 로 옮겨서 사진 보는 건 나잖아. 

사진 고르고 삭제하는것도 일이라고

이렇게 막 직을 거면 카메라는 왜 산거야?"


E는 말을 마치고 벚꽃길을 따라 걸어갔다. 


E의 말은 모두 맞는 말이었다. 나는 사진을 대충 찍고 있었다. 스냅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마구 찍고 있었다.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도 많이 있을 정도였다.  카메라를 샀을 때, 사진을 잘 찍겠다는 결심은 어느 새 사라지고, 괜찮게 찍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서 그냥 셔터만 누르고 있었다.


E의 뒤를 쫓았다. 한참 걷던 E는 어느 한 나무 앞에 멈춰서 롯데월드타워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 섰다.


"앞으론 더 잘 찍어줄게. 좀 더 신중하게 좀 더 생각해서. 사진 공부도 할거야."


벚꽃 나무 사이로 보이는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좀 더 신중하게. 그리고 E와 함께 벚꽃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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