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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제이 Oct 18. 2022

3-3 나도 이제 사진 작가라고

Chapter3. 사진을 찍어보자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사진을 찍고 잠시 화면에 띄워놓고 보면 괜찮아 보였다. LCD의 조그마한 화면으로 보이는 사진으로 판단하기는 무리였겠지만, 느낌적 느낌이랄까. 좋았다. 플라시보 효과였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가끔씩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일상에서 굳이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경우는 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진을 찍기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는데,  그것은 제주도 여행이었다. 여행이야말로 사진과 떼어놓을 수 없는 시간이니까. 카메라를 사용해보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제주도에 갔을 때와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는 내 손에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스마트폰만 가지고 다닐 때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조금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예전의 캐논 800D를 생각하면 가지고 다닐만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카메라로 사진을 직는 것은 스마트폰과 다른 느낌을 주었다.


작년 겨울에도 제주도에 갔었다. 겨울에 만났던 제주도는 차가운 바람과 쓸쓸한 바다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았었다.  여름의 제주도는 뜨거운 햇살과 강렬한 원색으로 빛났다. 해외 여느 휴양지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사전에 찾아두었던 카페에 갔다. 구석 자리밖에 없어 잠시 머뭇거리고 있을 때, 창밖을 바라보는 자리가 비었다. E와 나란히 앉았다. 보이는 풍경이 바다는 아니었지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예뻤다. 카메라를 들어서 셔터를 눌렀다.  창 밖의 풍경도, 창에 놓여있던 책들도 E의 모습도 사각 프레임 안에 담겼다. 아직은 28mm 화각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사진속에 넣고 싶지 않은 부분도 사각 프레임 안에 들어왔지만, 그냥 찍었다. 나는 신나서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하루는 제주도에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 점심을 먹고, 카페로 이동해서 차를 마시는 동안에 나는 수시로 셔터를 눌렀다. 그들의 여러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함께 사진을 찍을 때는 귀찮다고 생각하면서 들고갔던 삼각대도 한 몫을 했다. 포즈를 잡고 찍은 몇 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진은 내 마음대로 찍었다. 스냅사진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야외 자리에서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햇살을 여과없이 담을 수 있었다.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화면에 보이는 사진은 예뻤다.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이 사진을 더 예쁘게 했다. 스마트폰 사진과는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카메라로 사진을 직는 재미에 빠져서인지, 스마트폰 카메라는 내내 주머니 속에서 머물렀다. 




오늘의 숙소는 감성숙소로 인기있는 곳이었다. 하얗게 꾸며진 작은 집이었는데 하얀 벽면과 아기자기한 소품이 말 그대로 감성숙소였다. 하얀색 벽면은 은은한 조명과 어울려서 사진 속에서 멋진 색감을 보여주었다.  장소에 따라서 빛의 방향에 따라서 잘 안나오는 사진들도 있었지만, 예쁜 사진이 더 많았다. 흔들림을 줄이고자 삼각대를 사용해서 촬영하기도 했다. 집이 예뻐서일까. 사진이 모두 잘 나온 것 같았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시야에 잡히는 주변의 풍광을 눈에 담으면서 천천히 달리고 있었는데 앞에 해바라기 밭이 보였다. 차를 세울 공간이 있어서 차를 세우고 해바라기밭으로 갔는데 밭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바로 앞에서 보는 해바라기 밭도 충분히 예뻤다. 해바라기와 함께 있는 E를 카메라에 담았다. 해바라기밭을 예쁘게 담아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구도를 바꿔보았다. 가까지 찍어보기도 했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물들어가는 하늘과 신호등의 모습을 담았다. 작품을 찍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방금 찍은 사진을 띄워 E에게 보여줬다.


"이 사진 어때?"

"오~ 괜찮은데?"


나는 으스대며 말했다.

"나도 이제 작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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