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사진을 찍어보자
준비는 끝났다. 생각보다 많은 투자를 하게 됐다.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사진을 많이 찍어야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준비에는 이렇게 정성을 들여놓고 정작 사용없이 기념품처럼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만 보게된다면 가슴이 아플 것이 분명했으니까.
물론 많이 찍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잘 찍는 것일테고, 더 나아간다면 이 카메라의 특성을 잘 살려서 찍는 것이 아닐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카메라부터 알아야 했다.
다행이랄까. 마침 그 주말에 반도 카메라 강남점에서 '라이카 Q2 기초 강좌'가 있었다. 시간은 1시간 정도로 짧았지만 선착순 6명 만 대상으로 하는 무료 강의였기에 바로 신청했다. E와 함께 신청했는데 둘 다 참석 통보를 받았다. 약속된 시간에 가보니 우리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참석자가 4명이었다는데 5분 쯤 기다렸지만 남은 두 명이 오지 않았다. Q2 강좌는 우리만의 개인 강좌가 되었다. 짧은 시간 안에 설명을 해야 해서인지 강사는 빠른 속도로 메뉴를 설명했고,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따라가기에는 조금 벅찼다. 그래도 우리 둘 밖에 없다는 것이 질문에 부담을 덜어줘서 중간중간 물어보고 기본적인 개념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유튜브 강좌를 찾아서 하나씩 끊어 보면서 카메라 메뉴를 익히고 기본 설정을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캐논에서 라이카로 넘어와서 익숙하지 않았던 매뉴들도 하나씩 따라가면서 설정했다. 라이카 메뉴가 직관적으로 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메뉴가 여러 단계로 되어 있어서 실제 사진 촬영을 하면서 그때그때 변경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사진을 찍다보면 바로 변경하기는 불편해서 처음 설정해 놓은 대로 두고 계속사용하게 될 것 같았다.
단축키가 이것을 쉽게 만들어줬다. Q2는 여러 개의 단축키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실제 사진 촬영을 하면서 상당히 편리하게 사용한 기능이었다. 예를 들면, 카메라 상단의 맨 오른쪽 동그란 버튼도 단축키 중 하나인데, 짧게 누르면 ISO 값을 조절할 수 있다. ISO는 그냥 자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변경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 다른 설정 값으로 세팅할 수 있다. 버튼을 길게 누르면 AF 모드, 노출 측정, 화이트 밸런스 등으로 변경할 수 있다. '필름 스타일'이나 '흑백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익숙해질 수록 편리한 기능이었다.
기본 설정을 마쳤다.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났다. 라이카 Q2 카메라만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에 익숙해지는 것이 남았다. 기본 장착된 28mm 렌즈의 화각과 줌 기능 효과를 낸다는 크롭 촬영 기능이 그것이었다.
장소나 인물 등 무언가를 찍을 때 사각 프레임 안에 담는 방식에 따라 사진은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준다. 사진을 찍을 때는 누구나 그 순간 가장 좋은 장면을 담고 싶을 것이다. 촬영한 사진에서 불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편집기를 사용해서 쉽게 잘라낼 수도 있고 색감도 조절할 수 있지만 그것도 기본 사진이 괜찮을 때 이야기다. 어떤 구도로 어떤 부분을 담았는 지가 그래서 중요하다.
자신에게 맞는 화각을 제공하는 렌즈를 찾아 사용하면 되는 DSLR (미러리스) 카메라와 달리 28mm로 고정된 Q2는 이 화각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했다. 28mm 화각에 맞는 사진을 찍는 것에 익숙해질 수록 더 좋은 사진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내 카메라의 최대치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찾는 과정이 필요했다. 나와 같은 Q2로 찍은 사진을 많이보는 것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 같았다. 그렇게 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구도에 익숙해 지면 그냥 눈으로 봤을 때도 카메라 뷰파인더에 보이는 화면처럼 눈 앞에 그려질 것 같았다. 구도를 잘 잡는 것은 반복을 통해 경험을 쌓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됐다.
크롭 기능을 처음 들었을 때는 어차피 사진 찍을 때 카메라에서 자르나 촬영 후 포토샵으로 자르나 똑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후작업의 귀찮음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줌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크게 관심이 생기지 않던 기능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자를 수 있다고 해도 사진을 찍을 때 그 순간의 최적의 화각을 잡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Q2의 디지털 크롭 기능을 사용하면 카메라에서 잘라서 보게 되니까 구도나 노출도 그 화면에 맞게 잡을 수 있으니 더 좋은 사진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사진을 많이 찍으려면 여행처럼 특별한 상황만이 아닌 일상에서 사진과 친숙해지는게 필요 했다. 일상적인 평범한 하루에서 좋은 느낌의 특별한 사진을 찍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꾸준히 하는게 어렵겠지만 반복되면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성장을 위한 중요한 요소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