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4. 해외 여행을 떠나다
프라하의 다음 도시는 체스키 크룸로프였다. 작지만 고풍스러운 예쁜 마을로 유명한 곳이라서 기대가 컸는데, 마을로 한 걸음 들어서자마자 예쁜 가게들이 맞아 주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돌 바닥이 깔린 조금 넓은 골목길이었는데, 양쪽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인지 골목길 느낌보다는 대로를 거니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예쁜 가게 입구와 간판이었다.
가게의 디자인이 모두 달랐다. 창 안으로 보여지는 내부의 모습이 아니라 밖의 모습이 저마다 다양한 디자인을 뽐내고 있었다. 다양한 색깔과 그 안의 글씨 폰트도 그들의 개성을 나타내는데 기여 하고 있었다. 첫 번째 가게를 찍을 때만 해도 그냥 무심코 찍었는데, 그런 가게들이 계속 되면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하나하나 가게 정면을 찍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계속 드나드는 곳은 잠시 기다리기도 했다. 앞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그냥 담기도 했다. 하나의 프레임에 다 담기지 않기는 큰 가게는 입구를 중심으로 찍었다. 나중에 모아 놓으면 나름 괜찮을 것 같았다.
조금 지나자 옆으로 달려있는 돌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인 형태는 같았지만, 각각의 디자인은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평범한 간판 사이에서 특별한 디자인을 뽐내는 간판도 있었다.
간판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안타깝게도 아래에서 위로 향한 각도는 간판을 제대로 보여주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제대로 찍으려면 간판과 같은 위치에서 찍거나 줌 렌즈를 활용해서 먼 거리에서 당겨서 찍는 방법이어야 할 것 같았다. 돌출 간판을 예쁘게 찍겠다는 생각은 포기했다. 아쉬움이 남았다. 멋진 사진은 아니지만, 그냥 기록 한다는 느낌으로 하나씩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을 찍으면서 이동하는 발걸음은 더뎠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오스트리아로 건너왔다. 오스트리아는 체코와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조금 더 정비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고 할까. 짤츠부르크 주변의 유명 관광지로 <할슈 타트>와 <장크트 길겐>이 있었는데, <장크트 길겐>을 선택했다. <장크트 길겐>은 유람선과 산악열차로 이동하는 호수의 멋진 경관을 보여주는 <할슈타트>와 달리 산 위에서 보는 경관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모차르트 어머니의 고향으로도 알려져있다.
유람선은 늦게 타게 되서 2층에 올라갔지만 볼프강 호수를 볼 수 있는 양쪽 사이드 좌석은 모두 차 있었다. 중앙에서 서서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양쪽에 앉은 사람들 때문에 호수의 풍경을 찍는 것은 불가능했다. 약간의 틈이 생겼을 때는 카메라 대신 스마트폰 카메라로 빠르게 담았다.
선착장에 도착해서 산악 열차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도중에 보이는 풍경도 멋있기는 했지만, 철도 양쪽으로 계속 나무나 흙벽이 가려져서 사진을 찍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올라가면 어 멋진 풍경이 나오겠지'라면서 사진 찍는 대신 눈에 담았다.
열차가 도착한 곳은 탁 트인 정상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로 끝없이 펼쳐져있는 산맥이 보였다. 그 맨 아래에는 저 멀리 볼프강 호수가 보였다. 광대하게 펼쳐져있는 풍경에 저절로 카메라를 들어서 흔히 찍는 풍광을 담았다. 한참을 이리저리 찍다 보니, 비슷한 풍경들이 계속 담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만의 특별한 시각이 없었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덕에 놓여진 벤치에서 찍으면 좋을 것 같았지만, 모든 벤치에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단 위로 올라갔다. 반대편은 또 다른 풍광이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구도를 잡아봤지만, 전체를 담는 사진보다 나은 구도를 찾지 못했다. 쌀쌀한 바람에서 벗어나 잠시 몸을 추스르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갔다.
뷰를 즐길 수 있는 야외 자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있어서 실내로 들어갔는데, 실내는 예상외로 한가해서 자리를 고를 수 있었다. 한쪽에 독립적으로 있는 방의 창을 보는 자리에 앉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찍으려고 시도했지만, 밖의 풍경이 멋졌던 방향은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역광에 사진찍는게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눈으로 보는 풍경이 사진에 담기지 않았다. 창은 하얗게 나와 밖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있는 창으로 눈을 돌려 사진을 찍어봤다.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이 아니라서 이쪽으로는 창 밖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광활한 풍경이 아니라 레스토랑 앞의 야외 좌석이 배경이었다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갑자기 눈 앞에 새가 날아들었다. 프레임 안에 새가 들어오니 사진이 또 다른 느낌이 됐다.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딱히 멋진 구도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진 한 장은 건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