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 Sep 22. 2019

페퍼톤스를 좋아합니다. 어쩌면 제일!

제 마음에 들어온 뮤지션 <페퍼톤스>, 그리고 청춘

*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 2편에 실린 글입니다.


  페퍼톤스를 처음 알게 된 건 중학생 때였습니다. 중2,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세상이 허락한 유일한 마약(=음악)으로 잊던 소년소녀들은 어둡고 강한 리듬에 정신을 맡기거나 밝고 가벼운 멜로디에 틀어박히곤 했는데요. 반에 한둘씩 있던 존재감 없던 학생이던 저는 빛에 끌리는 나방마냥 밝은 걸 광적으로 좋아했습니다. 페퍼톤스 음악을 들으면 어딘가 눅눅진 구석이 있는 제 마음에도 햇빛을 쬐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땐 ‘공부를 잘해서 여길 벗어나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야지, 그럼 내 인생도 이 노래들처럼 더 밝고 더 경쾌해질 수 있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럭저럭 공부해서 어찌저찌 대학에 들어가자 ‘밝고 경쾌한 인생이란 존재하는 걸까’ 싶었지만요, 어둠보다 빛을 좋아하는 취향은 변하지 않아 페퍼톤스 음악은 꾸준히 들었습니다. 귀엽고 앳된 목소리의 객원 보컬 없이 그들 스스로 노래를 시작했을 땐 좀 뜨악했지만 듣다 보니 나름 좋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스무 살 넘어서부터는 페퍼톤스를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때그때 다른 최애가 하나둘 있고 페퍼톤스는 3순위 정도였는데 이유는 글쎄요. 보컬이 바뀌어서? 내가 더 많은 음악을 알게 되어서? 어쩌면 ‘밝은 음악은 왠지 어두운 음악보다 깊이가 없어 보이잖아, 페퍼톤스는 밝고 경쾌한 음악의 대명사인데, 좀 더 멋진 사람처럼 보이려면 다른 핫한 뮤지션들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 마음이라고 생각했으니 공연을 처음 본 것도 작년 가을입니다. 우비를 입고도 쫄딱 젖은 렛츠락페스티벌, 피스 스테이지에서 만난 그들의 공연은 그야말로 편-안했습니다. 2004년 데뷔한 베테랑답게 실수 없고 깔끔한 무대였어요. 적지도 많지도 않게 모인 관객들도 어딘가 여유 있어 보였고요. ‘페퍼톤스 좋아하는 사람들답다!’ 싶었다면 아무래도 선입견이겠죠?



  그러고 올해 여름, 자라섬 레인보우페스티벌에서 페퍼톤스의 두 번째 무대를 만났습니다. 다른 스테이지에서 잔나비의 날갯짓이 한창이던 터라 관객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어요. 모두 넓은 공간에서 자기 기분대로 뜀박질을 하거나 고개를 흔들흔들했고 자라섬의 짙푸른 공기는 모든 청춘을 빛내주었습니다.


일렁이는 축제의 풍경
춤추는 나뭇잎 아래서
만나리라 우리들은
부풀은 마음을 감추고

    - 페퍼톤스, <청춘> 중


  페퍼톤스는 제 청춘을 통째로 함께한 밴드입니다. 최애 뮤지션이 차근차근 바뀌어갈 때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오던 그들. 이쯤 되면 제 인생의 뮤지션 명예의 전당에 그 이름을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페스티벌 공연이 다 좋았으니 조만간 기회가 닿으면 단독 공연도 보러 가려고요. 야외 공연이면 더 바랄 것 없겠습니다. 수많은 명곡 중에서도 이번 <여름의 솜사탕>에서는 2014년 <HIGH-FIVE> 앨범에 실린 <청춘>을 소개합니다.



* 매주 수요일, 취향 가득 담긴 제 글을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매일매일 읽을거리]도 소소하게 운영 중이에요:)

매거진의 이전글 <잊기 좋은 이름>, 잊지 않을 이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