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만들자, 재미!

#0.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일상 속 숨은 재미 찾기

by 여름

인생 노잼기가 오래가고 있다. 몇 달 전까지는 '뭐 재밌는 일이 없네' 늘어지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매순간 심드렁하다. 출근길도, 퇴근길도, 심지어 주말도.


길게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고부터일 거다. 기대할 만한 것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가장 먼저 2020 서울재즈페스티벌. 혼네, 시그리드, 새소년처럼 요즘 핫한 아티스트부터 세르지오 멘데스 같은 레전드까지 한 자리에 모이는 역대급 라인업이었다. 25만 5천 원짜리 2일권 티켓을 얼리버드로 19만 5천 원에 구해 더욱 들떠 있었다. 페스티벌이 끝난 월요일에 연차 쓰고 골골거리자, 토요일 일요일 다 죽었다, 그런 비장한 마음가짐이었다. 그땐 코로나가 금방 없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 같다. 5월 예정이던 페스티벌은 가을 어드메, 10월로 연기된다더니 결국 취소되었다.


그렇게 내일이 기다려지던 일상도 있었다. 그 일상의 마지막이 저 페스티벌이었고. 매년 두세 곳씩 챙겨가던 이런저런 축제들은 모두 없어졌다. 몇 번인가 마스크 쓰고 작은 콘서트를 보았지만 예전만치 즐겁지 않았다. 영화도 전시도 마찬가지. 그렇게 좋아했던 산책도 이젠 망설여진다. 그래, 마스크 안 써도 되는 집이 최고지.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마음을 먹어볼랬더니 얼마 전엔 코로나 확진자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행. 2주 동안 집에 갇혀 있었다.


인생 참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어. 이런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니 사람이 늘어진다. 기력은 줄었는데 짜증만 늘었다. 어디선가 읽었던 초기 우울증 증상이 삶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는 거랬는데. 혹시나 싶어 온라인으로 우울증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 봤다.


‘최근에 짜증이 늘었나요?’... 완전 늘었지.

‘일상에 만족하시나요?’...전혀. 매사에 재미가 없다.

혹시가 역시가 되려는데 이어져 나온 질문을 보니 번지수를 잘못 찾았구나 싶었다.

‘요즘 슬픈 기분인가요?’, ‘자신이 실패자라고 생각하시나요?’, ‘벌을 받는 느낌이 드나요?’...그렇지는 않은데.

결과는 예상대로. 나는 보기 드물게 전혀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란다. 그렇지, 이건 우울한 게 아니라 재미를 못 찾아서 짜증이 난 거다.


회사 잘 다니고 있고, 일도 보람있다. 만날 친구도 있고. 최측근과 단란하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한걸음 떨어져 보면 별일 없이 잘사는 중이다. 누구나 그렇듯 기분전환할 일이 크게 줄었고 마스크가 답답할 뿐이다. 성격 좋고 에너지 있는 사람이었다면 무난히 넘어갈 정도의 상황인데 왜 나는 이렇게 짜증이 난다며 배부른 소리를 늘어놓는가. 이런 나 자신이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왠지 슬퍼진다. 어... 좋은 징조가 아닌데.


점심시간. 슬쩍 회사를 나와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구 적어보았다. 몸이 무겁다, 오늘 읽는 책도 재미가 없다, 집에 가 봐야 할 것도 없다, 삶에 낙이 없다, 쓸 것이 없다. 초등학생 일기도 이렇게는 안 쓸 거다. 살아있으니 사는 건데 거기서 재미를 찾는 게 이상한 걸까? 갈피를 못 잡는 생각이 거기까지 이어졌는데 이게 무슨 괴상한 소리. 이왕 사는 건데 재밌게 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확실한 건 지금 내게 문제가 있다는 것. 우울증이 아니어도, 고작 재미가 없다고 늘어지는 것뿐이어도 상관없다. 문제라면 해결해야지. 문제 해결에 제일 도움이 안 되는 게 문제를 만든 사람 탓이다. 남들은 다 괜찮아 보이는데 왜 나만 요즘 짜증이 많아졌을까, 이런 생각도 밀쳐놓았다. 내 성격이 까칠해서 생긴 인생 노잼기라면 그 문제도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지. 문제의 원인일 코로나를 없앨 능력은 나에게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게 바로 지금부터 이어갈 이야기다. 내가 주관하고 내가 후원하는 '생활 속 재미 찾기'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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