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인 제목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책이 있구나
<3줄요약>
1. 정이현이 9년 만에 묶어낸 소설집이고 7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데 내용이 말랑말랑하진 않다.
2. <달콤한 나의 도시>의 경쾌한 느낌을 기대하고 읽으면 실망할지 모르겠지만 완성도 높은 작품들로 채워져 있어 추천하고 싶은 소설집.
3. 상냥함의 이면에 담긴 사회 곳곳의 폭력을 선연하게 드러나는, 제목도 정말 잘 지은 책.
<추천대상>
1. 제목이 마음에 들거나
2. 완성도 높은 소설집이 읽고 싶거나
3. 달달한 내용보다 씁쓸한 내용이 더 끌리는 사람
<덧붙이기>
작년에 출간되었을 때부터 읽어야지 마음먹었던 정이현의 단편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입니다. 책에 실린 단편을 하나하나 읽노라면 제목에 더더욱 감탄하게 됩니다. 그냥 예쁘라고 지은 이름이 아니구나! 실제로 표제작이 없기도 하고요. 정이현 하면 우리나라 문단을 대표하는 유명 작가 중 한 명인데 이번 책을 읽으며 역시 네임드는 클래스가 다르구나 했습니다. 치솟는 집값, 극복할 수 없는 가난, 소통의 부재 등 묵직하면서도 누구나 이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할 만한 것들이 잘 녹아 있어 더욱 공감되는 작품들이었는데요. 기득권층과 그들의 그늘에 가려진 소외된 사람들을 현실적으로 조명합니다. 앞의 문장이 조금 거창했나요? '사회의 문제', '기득권층과 소외된 사람들'이 아니라 '전세값이 이렇게 뛰는데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겠다', '영어 유치원 한달 다니는 데 내 월급만한 돈이 들어간다고?'로 말해도 좋을 것 같네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뭐라 콕 집어 말할 순 없어도 정적인 느낌이고 편안하게 술술 읽히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루고 있는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어느 순간 읽다 보면 마음이 싸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반전 매력이 제목과 잘 어울리는 좋은 소설집이었어요!
* 본문 내용이 3줄요약보단 3줄소개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특히 소설을 소개하는 경우에는) '요약'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축된 산뜻함이 좋아 일단은 3줄요약이라는 제목을 계속해서 써 볼까 합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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