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에 진심인 튀르키예

먹는 거로 장난치면 술탄이 본때를 보여줘요

by 김우현 Nergis

튀르키예 제빵연합이 2026년에는 빵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튀르키예에서 빵 가격 규제는 국가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현재는 1kg당 75리라(약 2,500원)로 책정되어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오스만 제국 시기부터 이어진 전통적 가격 통제 제도가 있으며, 지금도 그 역사적 맥락과 현실적 필요 때문에 정부가 빵 가격을 일정 부분 통제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현대적 의미에서 세계 최초의 식품 기준은 1502년 베야즛 2세가 부르사에서 제정한 ‘부르사 통제 규정(카눈나메-이 이흐티사브-이 부르사 / Kanunname-i İhtisab-ı Bursa)이다.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기록물로 여겨지는 이 문서는 현대적 의미의 식품 표준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증거로서, 품질, 크기, 포장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고 가격 통제 및 처벌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오늘날의 표준화 시스템과 유사한 체계가 구축되어 소금, 빵, 채소, 고기, 계란, 우유, 요구르트, 치즈, 직물, 가죽 제품 등 다양한 상품의 특성이 표준화되어있다. 이 규정에는 빵의 무게와 빵 위에 뿌려야 할 참깨의 양까지 명시되어 있었으며,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 "부르사 통제 규정(Kanunname-i ihtisabı Bursa)"을 통해 국민에게 보장된 빵의 품질은 부르사뿐만 아니라 오스만 제국 전역에 적용되었다.

makale-ici-resim-2288.jpeg 빵을 만드는 오스만 제빵사들 / 이미지 출처: İttifak Gazetesi

이스탄불 정복 후, 술탄 메흐멧 2세가 이스탄불 시장으로 임명한 흐즈르 베이 첼레비(Hızır Bey Çelebi)의 첫 번째 조치는 제빵사 조합이 위생 수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반죽에 어떠한 불순물도 섞지 않으며, 생산된 빵에 대한 불만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1680년 이스탄불 카드(현재 판사에 해당)가 작성한 길드 규정에 따르면, 익지 않았거나, 색이 어둡거나, 시큼하거나, 불완전한 빵과 페이스트리를 만드는 사람은 1 악체(0.73g의 은화) 벌금을 내야 했다. 또한, 제빵사는 고운 체를 사용해야 했고, 통밀로 빵을 만들어서는 안 되었으며, 페이스트리 제조업자는 고기가 들어간 페이스트리에 양고기를 사용해야 했다. 페이스트리에 양파가 너무 많고 고기가 너무 적거나, 속이 비어 있는 것도 금지되었다.


품질 외에 가격도 엄격히 통제됐다. 오스만 제국에는 narh라고 불리는 공식 가격 고정 제도가 있었다. 이 제도는 중요한 필수품의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가격 상한·기준 가격을 정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이었다. 특히 빵과 육류는 가격이 통제되는 대상의 중심이었으며, 당국은 도시민의 생계 안정을 위해 필수 생필품 가격을 공식적으로 정했다.


이 가격은 지방 상인연합(길드) 대표들과 협의해 정해졌고, 카드에게 알려 공표했다. 시장에는 감시관 활동하며 상인이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는 것을 제한했다. 또한 이틀에 한 번씩 나라에서 정한 기준에 맞게 생산하는지 품질 확인도 이루어졌다. 가격 통제는 주기는 필요에 따라 상시 조정되었으며 일일 단위로 조정되기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품질과 가격 규정을 어긴 제빵사는 처음엔 경고와 시정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반복될 경우 벌금 및 체벌 등이 가해졌으며, 영업 정지 및 빵집 폐쇄, 심각한 경우 사형까지 이루어진 기록도 있다.


튀르키예가 오스만 제국에서 공화국 시대로 넘어온 이후에도, 빵은 여전히 일반 대중의 주식이자 사회적 민감 품목으로 여겨졌다. 공화국 초기에는 전쟁과 경제 혼란 속에서 국가가 빵 생산·분배·가격을 조정해 일반 대중의 식량 안정을 도모했으며, 이 과정에서 빵은 단순한 식료품을 넘어 사회적 안정 정책의 상징이 되었다.


현대에도 튀르키예에서는 일부 지역과 일정 품목에 대해 빵 가격 통제와 정부 승인 가격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방 상공회의소와 행정 당국이 연계하여 일정한 기준 가격을 정하고, 제빵사가 그 가격 범위 안에서 판매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있다. 이는 빈곤 계층의 식비 부담을 줄이면서 사회적 불안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목적이 있다.


나아가, 단순히 통제를 넘어 현재는 이스탄불, 앙카라 등의 대도시는 시에서 빵집을 운영해 일반 가격보다 저렴하게 빵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저염빵이나 글루텐프리 등 특수식이 필요한 환자용 빵을 정부가 앞장서서 만들어 국민이 저렴하고 좋은 품질의 빵을 먹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스탄불 시에서 파는 글루텐프리 빵 / 이미지 출처: i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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