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매점에서 배운 배려

서툰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

by 김우현 Nergis

어학원에는 투르크메니스탄이나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학생들이나 이미 튀르키예인과 살고 있어 조금은 튀르키예어를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중에는 읽고 쓸 수는없지만 간단한 대화는 할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ABC도 모르고 간 나와는 꽤 레벨 차이가 났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학생들과 겨루려면 학원 외의 시간에도 튀르키예어에 집중해야했다. 나도 좀 더 일상적으로 쓸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초기 내 튀르예어 향상에 일등 공신은 나디아와 기숙사에서 일하는 분들이었다. 몰도바 사람인데 터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디아는 수업이 많지 않은지 기숙사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하루는 기숙사의 식당이자 매점인 칸틴(Kantin)에서 미주쳤다. 나디아는 내가 먼저 고를 수 있게 양보해줬고, 나는 접시에 올리브와 달걀을 담았다. 그리고 빵을 고르기 위해 1/4 사이즈로 자른 덩어리를 가리켰다. 아주머니가 재확인을 하듯 뭔가 말씀하시며 들어보이셨다. 아마 1/4쪽짜리를 원하는 게 맞냐는 말이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디아는 내 옆에서 그 모든걸 지켜봤다.


식권으로 계산을 마치고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 나디아는 나에게 아침 메뉴 이름들을 알려줘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그러곤 접시 위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이름을 알려주었다.


“Yumurta(유무르타, 달걀), Zeytin(제이틴, 올리브)"


나디아가 하나씩 말할 때마다 나디아의 말을 따라했다. 나디아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천천히 또박또박 접시 위 다른 음식들도 가리켰다.


"Domates(도마테스, 토마토), Salatalık(살라탈륵, 오이), Peynir(페이니르, 치즈)”


이번에는 테이블 위에 있는 것들을 가리켰다.


”Çay(차이, 차), Kupa(쿠파, 머그), Tuz(투즈, 소금), Karabiber(카라비베르, 후추), Çatal(차탈, 포크)“


그리고 빵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보통 우리가 사는 빵은 큰 덩어리는 1/4로 자른 거야. 그걸 Çeyrek(체이렉, 쿼터)이라고 불러. 칸틴에서 체이렉 에크멕을 달라고 하면 쿼터 사이즈의 빵을 주실거야.

네가 좋아하는 치즈 토스트는 1/2로 자른 빵을 써. 그건 Yarım(야름, 하프)이라고 해. 야름 토스트 대신 작은 걸 먹고싶으면 체이렉 토스트를 달라고 하면 돼.”


그 뒤 나디아는 식당에서 마주칠 때마기 가르쳐주었던 것들을 반복했다. 덕분에 스스로 주문을 할 수 있게 됐다. 허기진 정도에 따라 토스트 사이즈도 바꿔가며 주문할 수 있게 됐다. 비록 유무르타를 유무르닥이라고 하기도 하고, 제이틴을 까먹어 수첩을 뒤져야 하긴 했지만 말이다. 발음이 틀리면 칸틴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은 호탕한 목소리로 내 발음을 교정해주셨다. 내가 버벅거리지 않고 주문을 한 날엔 아주머니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잘했다고 외쳐주셨다.


침대보를 가지러 가면 세탁실 아주머니들은 나에게 베개, 베개 커버, 담요 등의 단어들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이불 커버를 쉽게 씌우는 법도 가르쳐 주셨다.

내 주변 사람들은 마치 어린 아이를 대하듯 나를 가르쳤다. '잘했어, 다시 해볼까, 훌륭해' 등 그들 덕분에 나는 격려하고 칭찬하는 말부터 배웠다. 감자, 시계, 침대보, 리모컨 등 소소한 일상의 언어들을 익혔다. 나는 말만 배운 것이 아니다. 낯선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 서툰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들이 나에게 보여준 방식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았다.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해주던 태도, 틀리면 다시 해보자고 웃어주던 마음. 나도 언젠가 다른 초보자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나디아와 아주머니들처럼 행동하고 싶다. 그렇게 내가 배운 것들이 말을 건너 사람에게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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