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려도, 함께 일하는 사회
얼마 전 튀르키예에서 바이어가 방문해 기업 방문에 동행했다. 미팅을 마치고 한국 기업 측에서 저녁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미팅 장소는 어느 소도시의 변두리라 양식당이 많지 않았다. 이 바이어는 일정을 짜는 나를 배려해 한국 음식을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양식을 먹을 때와 한식을 먹을 때의 식사량과 속도는 확연히 달랐다.
게다가 그는 독실한 무슬림이었기에 돼지고기를 절대 먹지 않았다. 겨우 찾은 곳이 그나마 파스타와 샐러드를 파는 식당이었기에 우리는 그곳으로 이동했다. 그 식당은 고기 플레이트, 파스타, 샐러드를 세트로만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기 플레이트에는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가 함께 담겨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키오스크로 주문을 먼저 한 뒤 직원을 불렀다.
손님께서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드시지 않으니, 돼지고기만 따로 분리해 다른 접시에 담아 달라고 요청했다. 직원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플레이트 구성은 한 접시에 함께 나오는 것이라, 왜 굳이 나누어야 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몇 차례 설명을 이어간 끝에야 돼지고기를 따로 받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직원이 와서 빈 접시를 치웠다.
큰 접시에 모든 잔반을 담으면서, 두 손으로 접시를 들어 거꾸로 뒤집어 털어 넣었다. 그렇게 테이블을 정리하는 모습을 처음 본 터라 조금 놀랐다. 한국 업체 분들은 직원에게 주의를 주려 했지만, 바이어는 괜찮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직원은 우리의 작은 소란에 잠시 멈춰 서서 우리를 바라보더니, 다시 자신의 일을 이어갔다.
식당을 나오며 업체 분들이 바이어에게 괜찮은지 물었다. 바이어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튀르키예에서 살며 우리는 이미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튀르키예에는 50인 이상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 장애인 의무 고용을 규정하는 법령이 있다.
노동법 제4857호 제30조다. 이 조항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은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
민간 부문은 전체 근로자의 최소 3%, 공공 부문은 4%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이 규정은 단순히 숫자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애인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에 적합한 직무를 부여하도록 요구한다. 이와 함께 장애인의 사회·경제적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법 제5378호도 고용, 교육, 재활, 차별 금지 측면에서 제도적 기반을 제공한다.
실제 집행과 채용 지원은 튀르키예 고용청 이쉬쿠르(İŞKUR)가 담당하며, 기업과 장애인 구직자를 연결한다. 실제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은 대기업뿐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중견·중소기업과 공공기관 전반에 걸쳐 있다. 제조업, 유통업, 금융기관, 통신사,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법정 비율을 충족하기 위해 장애인을 채용한다. 일부 사업장은 의무 비율을 채우지 못해 행정 벌금을 부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다양성 정책의 일환으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려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이 수행하는 업무는 개인의 장애 유형과 역량에 따라 다르다. 비교적 많이 배치되는 분야는 사무·행정 지원, 자료 입력과 문서 정리, 고객 안내 및 접수 업무 등이다. 제조업에서는 조립 보조, 포장, 분류, 품질 검사 보조 같은 생산 지원 직무도 맡는다. 정보기술 역량을 갖춘 경우 IT 업무나 원격 기반 직무에 종사하기도 한다. 반면 지하 작업이나 수중 작업처럼 위험성이 높거나 건강에 중대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직무는 제한된다. 원칙은 장애인의 건강 상태와 직무 적합성을 고려한 배치이며, 이를 위해 건강 보고서나 적합성 평가가 활용된다.
내가 자주 가던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그리고 쇼핑몰에서도 늘 장애인이 일하고 있었다. 주로 간단한 서빙이나 접시 정리, 청소를 맡았다. 쟁반 위에 컵을 아슬아슬하게 들고 가다가 쏟기도 하고, 냅킨을 떨어뜨리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실수는 누구나 한다.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일을 배우는 속도가 조금 느릴 수도 있고, 가끔 소소한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몫을 해내는 모습은 충분히 존중받을 만하다. 그래서 그날 저녁 식당의 직원도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조금 더 익숙해지고, 조금 더 능숙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