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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Nov 27. 2017

제주에서, 별일 없이 산다

헤이즐의 잡설 : 꿈과 현실 사이의 제주살이

제주에서 몇 달째 머물며 느낀 강박 중 하나는
매일이 특별하고, 여행같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귀포를 당일에 다녀오고
차를 빌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빡빡하게 나들이를 가는 날들

지금도 그렇다.
'오늘은 일해야지'하고 나와도 하늘이 너무 파랗거나, 구름이 예쁘게 떠 있으면
어떻게든 바닷가에 가서 사진 한 장 이라도 남기고 싶다.

쉬엄쉬엄 일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고될 때가 많다.
새로운 걸 만들어 내려면 끊임 없이 머리가 돌고 있던지
뇌가 쉬는 여백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적당한 대책이 없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나 마감이 많을 땐 움직임을 최소화 하는 것이 그라운드 룰이지만
볕이 좋아 즉흥적으로 떠났던 바닷가에서 더 큰 기쁨을 누리기도 했기 때문에.

이런 날들이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다.
매일 바다의 얼굴은 다르지만, 우리의 하루는 대체로 비슷하게 흘러가니까.
그리고 별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들이 모여서 또 의미를 가진다.


애월 달자카페
사진 찍고, 영상 찍고, 타임랩스 돌리며 일도 하는 우리 (징글)
애월 무인카페 산책, 카페지기의 따뜻한 댓글 포스트잇을 함께 읽는 재미가 있다
협재까지 달려가 본 비양도, 너무 멋지지만, 현실은 강풍에 카메라와 차가 소금물 샤워를 한 날
하도리 해안도로에서 보이는 우도, 적당히 동쪽으로 달려 차를 충전하려고 했는데 충전소가 없어 성산까지 왔던 날
자꾸 이런 하늘로 유혹하는 제주
자꾸 보면 질릴법도 한데, 촬영본능은 더 심해진다


요즘은 전기차로 다니는데,
충전하며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예쁜 곳에서는 촬영도 한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적당히 차를 세워 놀다가
근처 예쁜(그리고 작업도 할 수 있는) 카페를 찾아 들어가
이야기도 나누고 오늘 찍은 사진도 정리하고, 급한 일도 처리하고

유유자적 보이지만
사실 되게 바쁘다...(허허)
그래서 저녁 즈음에 집으로 돌아오면 기운이 쪽 빠지는 날도 있다.
하지만 잠들 때 쯤이면 '내일은 어디로 갈까?'하며 또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병인것 같다)


혼자보다 함께가 좋은 요즘 :) @토끼썸
토끼썸 주인장은 캘리를 한다
적나라하지 않고 아련해서 좋았던 '안녕 제주'
추억 가득한 하도리, 별것 없다가도 추억이 생기면 특별해진다
분명히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 식사를 하러 가거나 커피를 마시러 가는 타이밍이 빠른건 아닌데
꼭 어딘가 도착해 먹고 있으면 아무도 없던 공간이 사람으로 가득해지는 일이 많다.
제주에 온 여행자의 시간은 더 느리고 여유로운 것인가 생각해봐도, 
대부분 시간을 쪼개어 움직이는 여행자들이 많아 신기할 따름.

며칠 서울에 다녀와 피곤했는데
'다녀왔느냐'하는 얼굴로 맞아주는 바다를 마주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일상과 여행 사이에서 
좀 더 일상에 가까운 오늘,
사실은 굉장히 특별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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