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즐의 잡설 : 꿈과 현실 사이의 제주살이
제주에서 몇 달째 머물며 느낀 강박 중 하나는
매일이 특별하고, 여행같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귀포를 당일에 다녀오고
차를 빌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빡빡하게 나들이를 가는 날들
지금도 그렇다.
'오늘은 일해야지'하고 나와도 하늘이 너무 파랗거나, 구름이 예쁘게 떠 있으면
어떻게든 바닷가에 가서 사진 한 장 이라도 남기고 싶다.
쉬엄쉬엄 일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고될 때가 많다.
새로운 걸 만들어 내려면 끊임 없이 머리가 돌고 있던지
뇌가 쉬는 여백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적당한 대책이 없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나 마감이 많을 땐 움직임을 최소화 하는 것이 그라운드 룰이지만
볕이 좋아 즉흥적으로 떠났던 바닷가에서 더 큰 기쁨을 누리기도 했기 때문에.
이런 날들이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다.
매일 바다의 얼굴은 다르지만, 우리의 하루는 대체로 비슷하게 흘러가니까.
그리고 별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들이 모여서 또 의미를 가진다.
요즘은 전기차로 다니는데,
충전하며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예쁜 곳에서는 촬영도 한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적당히 차를 세워 놀다가
근처 예쁜(그리고 작업도 할 수 있는) 카페를 찾아 들어가
이야기도 나누고 오늘 찍은 사진도 정리하고, 급한 일도 처리하고
유유자적 보이지만
사실 되게 바쁘다...(허허)
그래서 저녁 즈음에 집으로 돌아오면 기운이 쪽 빠지는 날도 있다.
하지만 잠들 때 쯤이면 '내일은 어디로 갈까?'하며 또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병인것 같다)
요즘 식사를 하러 가거나 커피를 마시러 가는 타이밍이 빠른건 아닌데
꼭 어딘가 도착해 먹고 있으면 아무도 없던 공간이 사람으로 가득해지는 일이 많다.
제주에 온 여행자의 시간은 더 느리고 여유로운 것인가 생각해봐도,
대부분 시간을 쪼개어 움직이는 여행자들이 많아 신기할 따름.
며칠 서울에 다녀와 피곤했는데
'다녀왔느냐'하는 얼굴로 맞아주는 바다를 마주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일상과 여행 사이에서
좀 더 일상에 가까운 오늘,
사실은 굉장히 특별한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