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별일 없이 산다

헤이즐의 잡설 : 꿈과 현실 사이의 제주살이

by 너굴양

제주에서 몇 달째 머물며 느낀 강박 중 하나는
매일이 특별하고, 여행같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귀포를 당일에 다녀오고
차를 빌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빡빡하게 나들이를 가는 날들

지금도 그렇다.
'오늘은 일해야지'하고 나와도 하늘이 너무 파랗거나, 구름이 예쁘게 떠 있으면
어떻게든 바닷가에 가서 사진 한 장 이라도 남기고 싶다.

쉬엄쉬엄 일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고될 때가 많다.
새로운 걸 만들어 내려면 끊임 없이 머리가 돌고 있던지
뇌가 쉬는 여백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적당한 대책이 없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나 마감이 많을 땐 움직임을 최소화 하는 것이 그라운드 룰이지만
볕이 좋아 즉흥적으로 떠났던 바닷가에서 더 큰 기쁨을 누리기도 했기 때문에.

이런 날들이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다.
매일 바다의 얼굴은 다르지만, 우리의 하루는 대체로 비슷하게 흘러가니까.
그리고 별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들이 모여서 또 의미를 가진다.


애월 달자카페
DSC_8538.JPG?type=w773 사진 찍고, 영상 찍고, 타임랩스 돌리며 일도 하는 우리 (징글)
IMG_1957.JPG?type=w773 애월 무인카페 산책, 카페지기의 따뜻한 댓글 포스트잇을 함께 읽는 재미가 있다
IMG_1959.JPG?type=w773 협재까지 달려가 본 비양도, 너무 멋지지만, 현실은 강풍에 카메라와 차가 소금물 샤워를 한 날
DSC_8579.JPG?type=w773 하도리 해안도로에서 보이는 우도, 적당히 동쪽으로 달려 차를 충전하려고 했는데 충전소가 없어 성산까지 왔던 날
IMG_2049.JPG?type=w773 자꾸 이런 하늘로 유혹하는 제주
IMG_2059.JPG?type=w773 자꾸 보면 질릴법도 한데, 촬영본능은 더 심해진다


요즘은 전기차로 다니는데,
충전하며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예쁜 곳에서는 촬영도 한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적당히 차를 세워 놀다가
근처 예쁜(그리고 작업도 할 수 있는) 카페를 찾아 들어가
이야기도 나누고 오늘 찍은 사진도 정리하고, 급한 일도 처리하고

유유자적 보이지만
사실 되게 바쁘다...(허허)
그래서 저녁 즈음에 집으로 돌아오면 기운이 쪽 빠지는 날도 있다.
하지만 잠들 때 쯤이면 '내일은 어디로 갈까?'하며 또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병인것 같다)


혼자보다 함께가 좋은 요즘 :) @토끼썸
DSC_8608.JPG?type=w773 토끼썸 주인장은 캘리를 한다
DSC_8615.JPG?type=w773 적나라하지 않고 아련해서 좋았던 '안녕 제주'
DSC_8618.JPG?type=w773 추억 가득한 하도리, 별것 없다가도 추억이 생기면 특별해진다
IMG_2069.JPG?type=w773 분명히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 식사를 하러 가거나 커피를 마시러 가는 타이밍이 빠른건 아닌데
꼭 어딘가 도착해 먹고 있으면 아무도 없던 공간이 사람으로 가득해지는 일이 많다.
제주에 온 여행자의 시간은 더 느리고 여유로운 것인가 생각해봐도,
대부분 시간을 쪼개어 움직이는 여행자들이 많아 신기할 따름.

며칠 서울에 다녀와 피곤했는데
'다녀왔느냐'하는 얼굴로 맞아주는 바다를 마주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일상과 여행 사이에서
좀 더 일상에 가까운 오늘,
사실은 굉장히 특별한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