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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Aug 10. 2021

나와 당신-달라도, 너~무 달라!

가끔씩 에세이

남편과 나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가 된 것 때문에 친해졌는데, 정작 알면 알수록 우리는 너무 달랐다. 나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편은 소수의 사람들과 깊게 사귀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마감이 코앞에 닥쳐 턱밑까지 불이 활활 타올라야 일을 시작하고, 남편은 마감 한참 전에 일을 마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치킨만해도 나는 다리와 날개가 좋고 남편은 퍽퍽한 가슴살을 좋아한다. 물론, 치킨 취향이 다른건 참 좋은 일이지만.


아침잠은 또 어떤가. 나는 원래도 아침잠이 많은데다가 갑상선까지 좋지 않아서 아침 시간에는 정신을 못차린다. 가능하면 아홉시 열시까지 잤으면 좋겠는데, 신혼 때는 여섯시면 눈을 뜨고 배고파하는 남편 덕에, 지금은 여섯시에 눈을 떠서 우유 찾는 아들 덕에 매일같이 아침형 인간으로 산다. 다행히 아침잠 없는 남편이 ‘모닝 육아’를 대부분 하고 있지만.

제주에서 귤 따러 가기 전 남편과 나의 생각은 이정도로 차이가 났다


오늘 남편과 크게 언쟁을 했다.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계속 부정적인 생각과 의심을 하는 남편 때문에 ‘잘 해보자!’로 먼저 시작하는 나는 계속 짜증이 났다. 나중에 알고보면 남편 생각이 맞을 때도 있지만 사람 기분이라는게, 먼저 너무 의심부터 하고 안되는 쪽으로만 생각하면 재미도 없고 기분도 안나는데 말이다. 그런데 남편이 그런다. 자기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단 안좋은 결과들에 대해 생각하면 어떻게 대처할지도 예상할 수 있고, 그러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문제는 가끔 이 예상이 기가막히게 들어맞아서 아주 안들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 귀를 반만 열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아기가 떼를 쓰거나 밤에 갑자기 깨서 울면 또 어떤가. 나는 일단 아기를 달래고 다시 재우거나 기분을 풀어주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데, 남편은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가 너무나 중요하다. 그래서 아기에게 묻는다. ‘왜 우니?’ 아니, 그걸 알면 아기가 아기겠냐고요! 이유를 알고 그에 맞게 조정을 해주면 되는 건 맞지만 당장 숨넘어가게 우는 아기를 두고 나는 차마 ‘왜’냐고 물어볼 순 없었다. 일단, 나는 이 울음소리를 그치게 하고 싶으니까.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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