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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Oct 13. 2017

말 없는 대화

그림에세이 프로젝트 #2


카페에 앉아 글을 쓰다 
잠시 멍하니 앉아있는데,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있는 
노부부가 보였다. 

이 공간에는 왠지 조금 낯설다-고 
생각하다 속으로 급히 사과드렸다. 
커피가 있는 곳이라면, 
누군들 어울리지 않을까. 

후룹, 후루룹. 할머니는 
커피를 숭늉 드시듯이 마셨다.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는데, 
창밖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게 맞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 

할아버지는 축 처진 등만이 보여 
그 표정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참을 손에 쥔 채 
들어 올리지 않는 찻잔을 보며 
그 표정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렇게 노부부는 말이 없었다. 
아니, 내 눈에는 그랬지만 분명 
그들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그게 세월의 대화일까.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 손짓 하나, 
내쉬는 숨소리 하나에, 
서로의 심정이 들리는, 
서로의 심경을 느끼는. 

늘, 길게 늘여 쓰기에만 바쁘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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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프로젝트

이힘찬 쓰고, 너굴양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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