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조금 더 아플게요.

by 네로

나에게 있어, 공포는 죽음이다.

그런데 요즘은, 죽음보다도 더 무서운 게 있다.

지속적인 고통이다.


가끔 너무 아파서

이제는 그만 아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고통이 지속될 때는 버티는 것 말곤

방법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누워 있다.


병원에 누워서,

수액을 맞고,

아기는 지쳐 잠들어 있다.


아내는 병원과 집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아기 용품을 많이 가져왔다.

처음엔 가지고 놀 것도 없었고,

계속 아이를 안고 있기엔

아내도 나도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새,

이곳을 정말 집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장난감이 많아졌다.


그래봤자,

십 분쯤 가지고 놀면

이제 그만 놀고 싶어 하지만,

바람개비처럼 생긴 장난감이 돌아가는 걸

아기는 유난히 오래 바라본다.

그게 그렇게 신기한 모양이다.


아기가 잠들고,

나는 수액이 내려오는 걸 지켜본다.


위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어떤 건 피처럼 붉고,

어떤 건 우유처럼 희고,

어떤 건 그냥 물처럼 투명하다.


내가 버티는 이유도

그 셋 중 어디쯤일까.


이게 들어오면

내가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걸까.


이게 들어오지 않으면

나는 더는 버틸 수 없는 걸까.


이건 삶일까,

아니면 유지만 하는 걸까.


누워서 잠든 아기의 볼을

조심스럽게 눌러보기도 하고,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물방울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한다.


이게 생명의 물일까 하고 바라보면서.


이게 들어오지 않으면

나는 내일이 없는 걸까.


아프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나는 20대 중후반부터

쭉 아파왔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그만 아프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기도처럼 입안에서 굴러다닌다.


병원에 있으면, 아픈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사람들이 내일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까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오늘

조금 더 아플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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