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전 이야기

-지정후원을 시작하다.

by 네로

*표지의 이미지는 AI를 통해 만들어졌음을 밝힙니다.


그날의 온도는, 전혀 겨울 같지 않았다.

점심시간 즈음이었을까. 체감온도는 13도에서 15도 사이쯤. 구름은 하나도 없었고, 햇빛은 따갑다고 느껴질 만큼 또렷했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도, 겨울의 그것처럼 사람을 얼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따뜻함을 조금 훔쳐 가는 정도였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행정복지센터로 향했다. 그리곤 담당자를 찾아가 후원을 하겠다 밝힌 후 100만 원을 지정후원했다.

큰돈은 아니다(나에겐 그래도 좀 큰 금액이긴 하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만큼의 금액도 아니다. 다만,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정후원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낸 돈이 다른 어디로 흘러가지 않고, 가능한 한 정확하게 그 아이들에게 모든 금액이 닿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매달 다섯 명의 아이들을 지정해서 후원하기로 했다.

KakaoTalk_20260121_181109844.jpg

살면서 중요한 게 참 많다고들 말한다.

건강, 가족, 사랑, 꿈같은 것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그 모든 것의 바닥에 돈이 아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하지 못한다.


고등학생 때, 편부 가정에서 살던 친구가 있었다.

공부를 잘했고, 지역거점국립대에 진학하면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친구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 아버지가 신장투석을 받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고, 집안의 생계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의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 그 친구는 동생들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버지의 병원비를 마련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고, 많이 힘들어했다.


지금 그 친구는,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너무 힘들어서 숨도 못 쉬겠다고 말했던 게 문득 떠올랐다.

그 말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아있다.

사람이 숨 쉴 수는 있게.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숨 쉴 수는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한 일은 거창한 게 아니다.

다만, 이 돈이 반찬이 되기도 하고, 학용품이 되기도 하고, 옷이 되기도 하고, 영화나 음악회를 볼 수 있는 티켓이 되기도 하고, 아플 때 붙이는 반창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돈 걱정이 아니라,

내일 뭐 입을지,

누구랑 놀지,

시험이 어렵진 않을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지 같은

그런 걱정을 하는 아이들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세상을 바꿀 만큼의 힘도 없다.


다만, 아주 조금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다섯 명의 아이들에게

덜 불안한 하루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말, 조금만이라도.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내가 조금 더 아플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