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인물을 움직이는 순간

by 네로

*표지의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었습니다(키워드: 멀리 보이는 바다, 풀내음이 날 것 같은 풀숲, 그리고 그 사이의 오래된 노트와 만년필).


질문은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 안에서 질문은 공기처럼 흩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누군가에게 달라붙는다. 대개는 인물에게.

“정말 괜찮은가.”

“정말 이상이 없는가.”

“지금 이 판단이 맞는가.”


질문은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지 않는다. 망설임이 되고, 시선의 방향이 되고, 손의 속도가 된다. 그 미세한 흔들림이 결국 하나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선택은 대개 눈에 띄지 않는다. 말을 꺼내는 일일 수도 있고, 끝내 꺼내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한 걸음 다가가는 일일 수도 있고, 그대로 서 있는 일일 수도 있다. 내가 적은 소설 이상 없음에서 주인공 지봉규 소방사는 여러 번 선택을 미룬다. 그는 자신의 팀장이 PTSD를 겪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여러 번 손의 떨림을 보았지만 묻지 않는다. 팀장의 “괜찮아”라는 말을 듣고도 더 묻지 않는다. 확인했다고 정리하고, 판단을 거기서 멈춘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 ‘묻지 않음’이 그의 방향을 결정한다. 말하지 않기로 한 순간, 그는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질문은 인물을 시험하지 않는다. 질문은 그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드러낼 뿐이다.

어떤 인물은 질문 앞에서 속도를 늦춘다.

어떤 인물은 질문을 덮는 말을 찾는다.

어떤 인물은 질문을 남겨둔 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그 선택이 반복되면,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어도 인물은 비로소 형상을 갖춘다.

소설은 거대한 사건으로만 사람을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작은 질문 앞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장면이 질문을 만들고,

질문이 선택을 낳고,

선택이 쌓여 결국 소설 속의 한 사람을 만든다.

화,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