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계(五季)

21.11.05 13:09 일기

by 네로

2021.11.05. 일기

우리나라의 1년은 24 절기와 네 계절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나는 가끔,

우리에게는 사계절이 아니라 '오계절'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겨울보다도 더 차갑고,

마치 시간조차 얼어붙는 계절.

그 계절은 오직 나에게만 존재하는 것 같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그리고 올해도.

나는 여전히 그 계절 한가운데에 서 있다.

만약 1년이라는 시간이 감정을 가진 존재라면,

그건 분명 나를 미워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왜 나에게만 이 계절이 반복되는지,

왜 유독 나에게만 이런 고난이 주어지는지,

나는 자꾸만 묻게 된다.


나를 늘 "우리 집 왕자님"이라 부르시던 할머니.

집안의 자랑이라며 웃어주시던 할아버지.

말수는 적으셨지만 퇴직 후 작아진 등이 늘 마음 아팠던 아버지.

“딸기 농사 좀 도와라” 하시며 늘 가족부터 챙기시던 어머니와 작은아버지.

나는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분들은 내 삶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 전부를,

단 한 번의 부주의.

타인의 10초가 앗아갔다.

경남에서만 평생을 살아오셨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로 여행을 떠나셨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무면허 운전자가 뒤에서 차량을 들이받았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충북대로 옮겨졌지만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말만 들었다.

결국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사고 후 6시간이 지나서야 수술이 시작됐다.

뇌출혈은 심했다.

의사 선생님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의식은 없다.

혹시 깨어난다 해도,

일상생활은 어렵다고 했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서른 살이다.

보험도, 병원도, 가해자 처벌도…

그 모든 것보다, 지금은 단 하나의 바람뿐이다.

의식을 회복하셨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가족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열심히 버티고 있었는데,

그 버팀목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마치,

내가 이 세상에 살아야 할 이유 하나가

조용히 꺼져버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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